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최지향의 씨네 다이어리/ 한국적 취향과 흥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최지향의 씨네 다이어리/ 한국적 취향과 흥행

입력
2005.08.17 00:00
0 0

개인적으로 매우 궁금했던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마침내 26일 서울의 극장에서 개봉하게 됐다. 그것도 예술영화 전용관인 필름포럼 단 한 곳에서. 미국에서 지난 4월 개봉해 ‘트리플X 2’ 같은 블록버스터를 물리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까지 올랐던 이 영화가 예술영화라고?

아무래도 ‘잠 오는’ 예술영화로는 보기 어려운 이 영화를 필름포럼에서만 상영하게 된 것은 수입사가 흥행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대규모 개봉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수입사인 브에나비스타 코리아는 대신 더 많은 관객을 모을 것으로 기대되는 러셀 크로우, 르네 젤위거 주연의 ‘신데렐라맨’과 조디 포스터 주연의 ‘플라이트 플랜’ 등에 개봉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수입사가 흥행을 보장할 수 없는 이유를 “한국적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대목이다.

‘히치하이커’는 1978년 영국 BBC의 라디오 쇼로 시작해 인기를 끌었고, 동명 소설은 SF계의 최고상인 휴고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코믹SF 분야의 고전이다. 은하계 초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따라 지구를 떠난 인간이 외계인과 함께 우주선으로 우주 곳곳을 누빈다는 줄거리다.

황당한 주인공에다 비논리적인 설정이지만, 바로 그 엉뚱함이 시종일관 배꼽을 쥐게 한다. 다만, 그 코믹함이 한국인 다수의 취향에 부합할 지에 대해선 사실 자신이 없다.

외화 수입에 있어서 이제는 한국적 취향과 정서가 크게 고려되고 있다. 전에 없던 일이다.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아일랜드’처럼 실제로 미국시장에서 흥행에 참패하고도 우리나라에서는 흥행에 대성공 하는 영화도 있다.

‘스텔스’의 경우는, 진짜 그게 한국 내 흥행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입사는 한국적 정서를 고려해 이 영화에서 북한과의 교전장면을 삭제하는 노력까지 기울였다. (일각에서는 이 영화의 성공에 황우석 박사의 영향이 컸다는 ‘믿기 어려운’ 분석도 나왔다)

어쨌든 ‘미국 박스오피스 1위’라고 하면 한국 관객들도 무조건 멋진 영화라고 생각하고, 그러므로 무조건 흥행이 보장되리라고 수입사가 자신하던 때는 확실히 지났다. 한국 관객만의 독특한 취향이 고려되고 존중 받기 시작했다는 건 기분 나쁘지 않은 일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