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부터 6ㆍ25전까지 북한 인민군의 국지도발과 여순사건 등에서 전사한 장병들은 서울 장충사에 안치됐다. 6ㆍ25 전몰장병의 영현은 부산의 금정사와 범어사에 안치소를 설치해 봉안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전몰 국군장병들을 위한 제대로 된 묘역이 서울 동작동에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954년이었고 1956년 대통령령으로 군 묘지령이 제정된 후 전몰 국군장병들의 유해가 비로소 동작동 국군묘지에 안장될 수 있었다. 1965년 군묘지령이 국립묘지령으로 바뀌면서 애국지사와 순국 경찰관 향토예비군도 안장이 가능해져 오늘의 국립묘지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
▦ 원래 국립묘지를 관리하는 기관은 국립묘지관리사무소였다. 그런데 이 기관의 명칭이 1996년 6월 국립현충원으로 바뀌면서 국립묘지와 이를 관리하는 기관인 국립현충원을 두고 명칭상의 혼선이 계속돼 오고 있다.
국립묘지령 제1조는 ‘…충의와 위훈을 영구히 추앙하기 위하여 국방부장관 소속하에 국립묘지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9조는 ‘묘지를 관리개선하기 위해 국립현충원을 둔다’고 돼 있다. 국립묘지와 이를 관리하는 국립현충원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 지난 6월30일 국회에서 통과된 국립묘지법에도 국립묘지와 국립현충원의 구별은 달라지지 않았다. 현충원의 ‘원’은 묘역을 뜻할 수 있는 園이 아니라 국정원이나 소비자보호원처럼 정부기관을 뜻하는 ‘院’이다.
국립현충원의 영문표기도 묘지가 아니라 국가기관을 뜻하는 ‘National Memorial Board’다. 동작동 국립묘지 정문에는 국립묘지와 국립현충원이라는 간판이 양측에 나란히 걸려 있기도 하다. 엊그제 8ㆍ15 민족대축전 북측 대표단이 국립현충원에 참배했다는 언론들의 표현은 묘지관리소에 참배했다는 뜻이니 망발이 아닐 수 없다.
▦ 언론 등에서 국립현충원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것은 고상하고 어감이 좋아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립현충원측의 잘못도 무시할 수 없다. 원래 국립묘지관리사무소를 국립현충원으로 개칭하게 된 것도 직원들이 ‘묘지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을 꺼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충원측은 이 같은 언론의 용어사용을 바로 잡기 위해 나름대로 애썼다고는 하나 충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울이고 대전이고 도로 표지판을 모두 국립현충원으로 쓰도록 방치한 것만 봐도 그렇다. 국립현충원측이 잘못된 용어사용을 바로잡는 데 보다 적극성을 가졌으면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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