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16일 휴대폰 도청이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지난 5일 국가정보원이 과거 휴대폰 불법 감청사실을 고백하자 “기술적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부인한 것을 180도 번복한 것이다. 휴대폰 도청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으면서도 거짓말을 해왔음을 시인한 셈이다. 그 ‘고백’이란 것도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정통부의 도청 인지사실을 확인하자 어쩔 수 없이 털어놓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 정통부의 뻔뻔스러움과 강심장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1999년 9월에는 “국민여러분 안심하고 통화하십시오”라는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했다. 남궁석, 안병엽 정통부 장관은 99년과 2000년 국정감사에서 “현재 기술로는 휴대전화 도ㆍ감청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진 장관 역시 2003년 국정감사에서 같은 답변을 했다. 역대 장관들이 하나같이 위증을 밥 먹듯 한 것이다.
국민들을 속이고 국정원의 들러리 노릇을 한 정통부는 이제라도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털어놓아야 한다. 언제, 어느 선까지 휴대폰 도청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도ㆍ감청의 실상은 어떤 것인지, 감청장비 개발과 기술은 어느 수준인지 등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런 연후 검찰 수사를 통해 관련 장관과 실무자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불법 도청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진 장관이 “(국정원의 도ㆍ감청에) 이동통신 사업자의 협조가 있었는지와 위법성 여부는 검찰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 것은 여운을 남긴다.
정통부가 제 할일 다했다는 듯이 내놓은 도청방지 대책은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휴대폰에 대한 합법적인 감청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시점으로 볼 때 성급하다. 지금은 정부가 도청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하는 데 전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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