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영상미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시청률 30%를 넘긴 SBS 월화드라마 ‘패션 70s’가 대단원을 앞두고 삐걱거리고 있다. “디자이너로 성공해 서로 경쟁하게 되는 두 여주인공의 이야기로 70년대 패션을 심도 있게 다루겠다”는 당초의 기획의도와 한참 동떨어진, 말 안 되는 결말을 그리고 있어서다.
17일 방영된 ‘패션 70s’ 26회분은 엄마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강희가 자살하기 위해 위스키에 수면제를 넣고, 이를 의부(義父)인 고창회 회장이 모르고 마셔 결국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장면으로 끝났다.
이에 따라 27회에서 강희는 고 회장에 대한 살해 혐의를 인정해 사형에 처해진다. 그간 극의 흐름과 관계 없이 여주인공이 죽음을 맞게 되는 갑작스러운 내용 전개다.
이는 당초 24부 작으로 출발한 ‘패션70s’의 연장방송을 놓고 갈팡질팡해온 과정의 산물이다. ‘패션70s’가 시청률 1~2위를 지키며 인기를 끌고, 후속작인 ‘서동요’가 캐스팅 난으로 촬영이 늦어지자 SBS 측은 “외주제작사와의 합의 하에 30회까지 방송할 수 있다”는 계약조건을 들어 김종학프로덕션에 30회 연장방송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영화촬영 일정이 겹치게 된 강희 역의 탤런트 김민정의 소속사는 당초 계약대로 26회를 끝으로 출연 중단을 결정했고, 이에 제작진은 앞서처럼 어색하게 김민정을 퇴출시킬 수 밖에 없었던 것.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제작진은 지난 9일 28회로 드라마를 끝내기로 결정했다. 결국 SBS의 무리한 연장 강행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인기 드라마의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패션70s’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강희의 사형이라는 극단적인 결말은 김민정의 중도 하차가 낳은 비극이다’ ‘급조된 내용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SBS 운군일 드라마국장은 “‘패션70s’는 당초 30부로 기획됐다”며 “처음 구상한 것처럼 잘 진행되고 있을 뿐 내용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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