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심각합니다. 연예인들에 대해 네티즌들이 퍼트리고 있는 근거 없는 루머나 비방이 도를 넘어서면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어요. 며칠 전 다른 연예기획사 대표들과 만났는데 모두들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어서 답답해 하더군요.”
중견 연예기획사의 대표인 A씨의 고백이다. 그는 요즘 자사 소속 연예인과 관련된 네티즌들의 반응들을 체크 해 줄 인터넷 모니터링 요원을 모집하고 있다. 소속 연예인들의 이미지가 좋은 편이라 아직까지 큰 피해를 입은 적은 없지만 언제 네티즌들의 ‘테러’ 표적이 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정 연예인의 외모나 성향 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전혀 근거 없는 사실을 유포하거나 이유없이 비방을 일삼는 사이버 폭력이 도를 넘어 거의 일상화하고 있다.
최근 가수 비와 관련된 괴담은 대표적 사례. 한 네티즌이 ‘비가 라디오 생방송 도중 이효리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네티즌 사이에서 기정 사실처럼 퍼지고 있는 것. 이와 관련해 비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 측은 서울강남경찰서 사이버 수사대에 사건 수사를 의뢰한데 이어 별도로 검찰 고발도 고려 중이다.
가수 비 말고도 네티즌들이 퍼트리고 있는 ‘인격살해’ 수준의 루머로 시달리고 있는 연예인들은 부지기수다. 최근 이혼한 탤런트 이혜영과 가수 이상민에 대해서는 위장 이혼설을 포함한 비방들이 난무하면서 한바탕 곤욕을 치루고 있다. KBS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에서 연기력을 한껏 뽐내고 있는 탤런트 김명민도 회당 출연료가 50만원에 불과하다는 등의 황당한 소문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뿐이 아니다. 탤런트 변정수는 2003년 7월 한 네티즌이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허위 기사를 작성해 인터넷에 올린 뒤 사망설로 시달렸다.
연기자 이승연의 경우도 네티즌이 지어낸 ‘성폭행을 당했다’는 거짓말로 고통을 당한 경우. 탤런트 하지원도 사이버 상에서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루머에 시달리다 경찰 수사를 의뢰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이외에도 가수 마야는 ‘사실은 남자다, 무대서 보니 남자 맞더라’는 황당한 루머가 떠돌아 본인이 직접 해명에 나서는 해프닝을 겪었다.
상황이 심각하지만 ‘인터넷 실명제’ 말고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가수 비의 소속사인 JPY 엔터테인먼트도 3명의 모니터링 요원을 두고 있었지만 일단 일이 터지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이다.
김선아 김혜수 전도연 정우성 등이 소속되어 있는 국내 최대의 연예기획사 HQ는 별도의 커뮤니티지원팀을 운영하며 지속적으로 인터넷 상의 글들을 확인하고, 악성 댓글에 대해서는 법무팀을 통해 법적 대응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지만 폭증하고 있는 네티즌들의 공격을 일일이 다 감당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네티즌들의 테러에 대해 연예인과 기획사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며 “사후 법률적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인권침해에 대한 사회적 자각이 우선 되어야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답답해 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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