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의 TV 금연 광고 ‘이별’ 편은 가히 엽기적이라 하겠다. 슬픈 표정의 어머니 품에서 죽어가는 딸의 귀에서 검붉은 니코틴이 흘러나오는 섬뜩한 장면이 연출된다.
참여정부의 금연 캠페인과 담뱃값 인상 방침은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게 표면적 명분이지만, 속내는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9개월 만에 다시 354원에서 558원으로 인상키로 한 것이다.
2001년 2원이던 것이 5년 만에 무려 279배나 뛴다. 작년에는 8,061억원의 건강부담금을 징수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이 만성적 적자구조에서 탈출했으며, 앞으로는 연간 1조6,000억 원 정도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건강을 해친다는 담배에서 징수한 돈으로 국민건강을 증진한다는 정부 방침을 납득할 수 있나? 공공보건의료사업의 재원을 흡연자가 일방적으로 부담해야 할 이유라도 있나? 이런 건강부담금은 속히 없애야 마땅한 것이지만, 참여정부는 오히려 편법적 준조세의 유혹에 사로잡힌 것으로 보인다.
담뱃값에는 건강부담금 외에도, 연초경작농민안정화기금, 폐기물부담금, 지방교육세, 담배소비세, 부가가치세 등의 각종 부담금과 세금이 포함된다. 3,000원으로 인상되는 담뱃값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며, 연간 5조원이 넘게 된다. 2004년도 국민 1인당 조세부담액이 316만원이라지만, 하루 3,000원짜리 한 갑의 흡연자는 연간 72만7,000원을 더 내게 된다. 물론 소매상 및 제조자의 마진은 별도다.
최근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총액(2001년)이 2.8조원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발표됐지만, 흡연자가 기여하는 돈이 훨씬 많다. 국내에서는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평균 6년 정도 일찍 죽는다. 그러기에 담배를 열심히 피우면 노망이나 치매에 걸리기 전에 죽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일생 동안의 의료비는 단명인 흡연자에 비해 장수하는 비흡연자의 지출액이 오히려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외국에는 흡연자의 생명보험료가 싼 보험회사도 있다고 한다. 일찍 죽는 흡연자는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의 지연에도 기여(?)하지 않나?
담배의 2004년도 GDP 비중은 0.62%였다. 담배는 가공농산물이고 엄연한 기호식품이다. 금연운동을 벌이더라도 흡연자의 기호나 인격을 매도하는 일은 그쳤으면 한다.
흡연자에게도 결단의 시간이 도래했다. 온 국민의 건강 증진과 세수 증대를 위해 계속 흡연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건강과 장수를 위해 금연할 것인가.
조영일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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