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그리스 아테네 인근에 추락, 승객과 승무원 121명 전원이 사망한 키프로스 헬리오스 항공 소속 보잉737 여객기 사고 경위에 대해 의문이 잇따르고 있다.
그리스 경찰과 키프로스 정부는 기내 에어컨 시스템 이상으로 인한 산소부족으로 조종사가 의식을 잃었을 가능성을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한 승객이 추락 직전에 보낸 “춥다. 조종사들은 파랗게 질렸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에어컨 고장일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돌발상황에 대비 훈련을 받은 조종사가 비상 산소마스크도 쓰지 못한 채 의식을 잃었다거나, 자동운항이 가능한 737기가 3만 피트(약 10km) 상공에서 수 분만에 추락한 점 등은 여전히 의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선 조종사들이 산소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은 데 대해 영국의 한 항공전문가는 “3만 피트 상공에서는 15~30초 사이에 의식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종사들은 사태에 대처하다가 순식간에 산소마스크를 쓸 타이밍을 놓쳐버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보잉사 대변인은 “기내 기압에 문제가 생길 경우 즉시 경보장치가 작동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즉시 조종석과 객실 천장에서는 비상 산소마스크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5일 발견된 승객들의 시신이 얼어 있어, 보잉측의 추가 설명이 필요해졌다.
BBC방송은 승객들이 언 상태인 것은 기내기압이 갑자기 내려가면서 체온이 급락해 여객기가 지상에 추락하기 전 이미 공중에서 사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여객기의 급강하에 관해서는 조종사들이 이상을 감지한 후 훈련대로 에어컨 시스템이 필요 없는 고도인 1만 피트(약 3km) 이하로 수동 급강하를 시도하다 의식을 잃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역시 속 시원한 설명은 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날 발견돼 프랑스로 보내진 블랙박스 해독 결과, 에어컨 시스템 결함이 사실일 경우 보잉사에도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비행기의 에어컨 시스템은 기내의 기압을 지상과 동일한 수준으로 조절해주는 여압 장치 등 조금이라도 이상이 발생할 경우 승객의 생명과 직결되는 최고의 정비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홍석우 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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