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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피플/ 반전·평화 상징물 조각 벨기에 베르만데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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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피플/ 반전·평화 상징물 조각 벨기에 베르만데레 시인

입력
2005.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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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저명한 음유시인 빌렘 베르만데레(65)씨가 녹슨 포신, 탄피 등과 같은 전쟁터의 고철 쓰레기를 모아 평화를 상징하는 조각을 만들고 있다.

그의 작업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올해가 2차 대전 종전 60주년인데다 그가 평생 살아온 곳이 전화(戰禍)가 그칠 날 없던 플랑드르(플랜더스) 지방이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데를리크의 고물 야적장에서 살다시피 한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조각에 쓸 만한 탄피와 총검, 포탄 파편, 가시 돋친 군사용 철조망, 군용 헬멧 등을 가려낸다.

고물 10톤으로 평화 기념물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베르만데레씨와 플랑드르 지역 우익 반전단체인 이제르베데바르트위원회가 함께 세웠다.재료는 1, 2차대전의 격전장이었던 플랑드르일대에서 수집한 고철을 쓰기로 했다.

유명한 고물상 카시에씨가 도움을 주었다. 베르만데레씨는 선별한 재료를 수압기로 압착시켜 적절한 형상을 만들 생각이다. 작품은두개를 나란히 세워 하나는‘평화’를, 또하나는‘반전(反戰)’을상징하게 된다.

베르만데레씨는 11일벨기에 VRT 방송과 인터뷰에서“‘더 이상 전쟁은 안돼’라는 슬로건은 나이브하게 들릴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꿈이라도 가질수있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쌍둥이 조각은 플랑드르 민족주의자들이 1927년 이후 매년 한 차례씩 모이는 8월 28일 일요일에 딕스무이데에서 막식을 할 예정이다.

베르만데레씨는 어려서부터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다. 목수인 아버지가 벤치에서 노래하면 따라 부르고, 어머니가 부엌에서 노래하면 귀를 쫑긋하고 들었다. 그리스어와 라틴어도 잘했다. 특히 기발한 아이디어로 나무 조형물을 잘 만드는가 하면 대학에서는 종교학에 심취하기도 했다.

그가 특히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서부 플랑드르 스텐케르크 자택 근처에서 평생 1, 2차 전의 희생자가 묻힌‘대전(大戰)묘지’를 보면서 자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의 자작곡 일부는 전쟁 희생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여러 문화권과 종교가 서로 갈등을극복하고 평화롭게 하나가 되는 경지를 평생의 화두로 삼고 있다.“겐트에서 터키 사람을 보았네/ 브뤼셀에서는K 발음이 강한 모로코인을/ 쾰른에서는 알제리인말소리를 들었지/ 런던에서 터번을 두른인도시크교도가 보일 거야/ 벌거벗고 사는 아마존여자도 볼지 몰라/ 기차에선 투치족도 보았지/ 줄루족은 춤추며 뛰고 징을 울려댔어/ 로테르담항구에서는 이집트 선원을/ 암스테르담 가게에서는 포르투갈계 유대인을 보았지/ 나라 없이 떠도는 집시들도 보았어/ 차랑고(남미 기타)에 가멜란(인도네시아 타악기)을 치며 노래하는 아이들/ 문으로 들어오라고 해/ 겁 먹은 사람아, 문을 열어라/ 겁먹은 사람아, 문을 열어라/ 겁먹은 사람아, 문을 열어라.”

‘겁 먹은 사람아’라는 제목의 이 시처럼 베르만데레씨는 우리를 평화로 초대하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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