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다른 사람 명의로 악의적인 글을 게재한 사람에게 검찰이 “명의를 도용당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라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죄를 처음으로 적용해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월 서울대에서 상습절도 행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손모(32ㆍ무직)씨의 여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손씨가 서울대 재학생 김모씨의 명의를 도용해 인터넷에 악성 글을 170여개나 게재한 사실을 확인했다. ‘유영철이 무슨 죄냐. 더러운 안마사 청소해서 잘한 사람이지’, ‘더러운 직업의 여자들은 토막 살해해야 한다’ 등의 혐오스러운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검찰로선 손씨의 행위를 처벌할 법규가 마땅하지 않았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법 상 명예훼손죄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을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 법의 적용을 검토했으나, 손씨가 김씨를 비방한 게 아니라 유영철 사건 피해 여성들을 비방한 것이고 그 내용도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기소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왔다.
논란이 일자 검찰은 차장 검사 주재로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었고, 그 결과 손씨를 추가 기소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손씨가 ‘김씨에 대한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은 아니지만 마치 김씨가 악의적인 글을 쓴 것처럼 네티즌들이 오인하게 만든 만큼 허위사실을 적시해 김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봐야 한다”며 “법원의 판례를 받아내기 위해서라도 일단 기소했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