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휴대폰 도청이 가능하다고 발표함에 따라 국가정보원과 통신장비업체, 이동통신사의 도청 협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혹은 정통부가 “이동통신용 기지국 장비가 합법 감청이 가능하도록 조치가 돼있다”고 언급하면서부터 제기됐다. 김동수 정보통신진흥국장은 16일 휴대폰 도청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국의 칼레아법(수사지원을 위한 통신보조법)이나 통신장비 제조와 관련된 국제표준에 교환기 등 이동통신용 장비는 국가 보안을 위해 합법 감청이 가능한 인프라를 갖추도록 돼있다”며 “국내 장비업체들도 감청이 가능한 통신장비를 만들어 일부 국가에 수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이동통신 시스템으로 통칭하는 수출 및 내수용 장비에 감청이 가능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며 “직접적인 감청장비가 아니라, 감청장비를 붙일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 이 장비들은 국내 이동통신사에도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측도 “수출 장비의 경우 해당 국가에서 요청이 오면 (해당 국가에서 제공한) 감청 장비를 부착해 판매했다”며 “수출용과 동일한 사양의 국내 판매 장비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보통신부 발표대로 무선통신 구간에서 도청이 불가능했다면 국가정보원은 이 같은 통신장비를 이용해 휴대폰 통화내용을 도청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도 이날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교환기 접속회선에 국정원이 개발한 도청장비를 연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 교환기 장비를 이용한 도청 가능성을 제기했다.
만일 국정원이 이 같은 방법으로 도청을 했다면 이동통신 업체들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진 장관은 “교환기 접속회선은 아무나 접근할 수 없는 제한구역”이라며 “도청과 관련해 (통신)사업자의 협조와 위법성 여부는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이동통신사의 협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 3사는 모두 “감청과 관련해서는 합법, 불법 여부를 떠나 협조 요청을 받은 적도 없고 협조도 해주지 않았다”며 “또 감청이 가능한 인프라를 갖춘 통신장비도 갖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이동통신사의 주장이 사실이고 정통부가 추정한 국정원의 도청 방법이 맞다면 국정원은 접근이 불가능한 제한 구역에 무단 침입, 교환기와 맞먹는 감청 장비를 개발해 교환기를 거치지 않고 불법 도청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통부는 이에 대해 “교환기를 거치지 않는 감청 장비는 기지국을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에 국정원이 실제 교환기와 맞먹는 감청장비를 개발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정원의 휴대폰 불법 도청에 이동통신사, 통신장비업체의 실질적인 협조가 없었는 지 밝혀야 하는 과제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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