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휴대폰에 대한 합법적인 감청의 필요성을 제기함에 따라 그 동안 금기시돼 왔던 휴대폰 감청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진 장관은 16일 “범죄수사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는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합법적 감청이 허용돼야 한다”면서 “다만 국민의 사생활도 충분히 보호돼야 하므로 이에 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 5일 과거 휴대폰 도청 사실을 고백하면서 “2000년 9월부터 휴대폰 기술이 CDMA-2000 방식으로 업그레이드 됨에 따라 이동식 휴대폰 감청장비의 기능이 상실됐다”며 휴대폰에 대한 합법감청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국정원의 이 같은 진실고백은 감청장비의 폐기 이후 통신업체의 협조를 통한 합법감청이 아니고는 더 이상 휴대폰 감청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었다.
국정원과 검찰 등 수사기관은 통신수단이 과거 유선전화에서 휴대폰으로 이동을 한 상황에서 국가안보와 범죄수사를 위해 합법적인 휴대폰 감청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승규 국정원장도 인정했듯이 불법 도청의 ‘원죄’를 저지른 국정원의 휴대폰 감청 필요성을 국민들이 곧이곧대로 믿어주느냐가 문제다.
법무부는 시민단체와 통신업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업체가 감청설비와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는 조항을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에 넣었다가 최근 안기부 도청 파문이 확산되자 삭제한 바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동교환기 등에 감청설비가 들어갈 경우 국정원이 과거처럼 복잡하게 장비를 개발하지 않고도 훨씬 편리하게 도청이나 감청을 할 수 있게 된다”며 “정부가 도청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먼저 불식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적 합의를 얻더라도 감청설비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도 논란 거리다. 통신업체들이 당초 법무부 시행령에 반발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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