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우리나라 식량안보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곡물 생산은 정체 상태인 반면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소비가 급증해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가 2년 이상 계속될 경우 ‘중국 발(發)’ 식량위기가 올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식량 위기가 아니더라도 중국의 위안화 절상에 따른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우리나라의 곡물 수입비용이 연간 1,200억원 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16일 농림부에 따르면 한화갑 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3명이 회원인 ‘농업회생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은 이날 내놓은 ‘식량위기 대책’ 보고서에서 2003년 이후 급감하고 있는 중국의 곡물재고가 세계적 식량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9~2003년 전세계 곡물 생산량(누적기준)이 소비량보다 2억5,300만톤이나 부족, 99년 28.4%였던 전세계 식량 재고율이 2004년에는 16.2%로 줄어들었는데, 특히 중국의 재고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2003년 중국의 쌀 재고량은 4,493만톤에 달했으나 올 연말에는 2,798만톤으로 37%나 감소하고, 2003년 각각 4,329만톤과 4,485만톤이던 밀과 옥수수 재고량도 올 연말에는 3,319만톤과 2,565만톤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중국 정부가 내수용 곡물을 수출용으로 돌리고, 부족분은 국내 재고로 충당했다”며 “이 결과 중국에서는 2004년 소비량의 10%가 넘는 7,000만톤의 곡물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이런 상태가 2년 정도 계속되면 중국의 곡물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연쇄적으로 세계 곡물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곡물수요가 대폭 늘어 수요ㆍ공급의 균형이 깨지고 가격이 오르는 등 한국으로서는 수입물량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중국의 곡물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는 것과는 별도로, 최근 단행한 위안화 평가절상(돈가치 상승) 등으로 우리나라의 곡물 수입 부담액이 연간 1,200억원 가량 늘어난다는 분석 보고서도 나왔다.
농촌경제연구원 최정섭 선임연구위원과 김배성 부연구위원은 ‘중국 위안화 절상이 국제 농산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ABN암로 등 국제 투자은행의 예상대로 위안화가 추가 절상돼 미국 달러에 대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08위안까지 내려올 경우 현재 톤당 151달러인 밀의 국제가격은 2008년 157달러, 톤당 108달러인 옥수수 가격은 117달러로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위안화 가치가 높아지면 중국의 곡물 수입량은 늘어나는 반면, 수출량은 줄어 들기 때문이다. 또 쌀의 국제가격도 현재 톤당 244달러에서 290달러로 18% 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2004년 우리나라의 밀과 옥수수 수입량이 각각 385만톤과 884만톤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2008년에 2004년과 같은 양의 곡물을 수입해도 위안화 절상 때문에 약 1억1,957만달러(1,200억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곡물수입은 총 16억달러에 달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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