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사격장에 폭탄이 더 안 떨어지게 됐다고 잔치까지 했는데 농섬 폭파가 웬말이냐.” “안전한 관리권 이양을 위해 폭탄제거는 필수이고 이를 위해 농섬 폭파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의 사격훈련장 폐쇄로 기쁨의 환호성이 울렸던 경기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에서 주민들과 미군이 또 한 번 대치하고 있다. 31일 지방자치단체로의 관리권 이양을 앞두고 미군이 사격장 내 훈련탄 등 위험물 제거를 위해 농섬을 폭파하려 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매향리주민대책위원회 회원과 환경운동연합 관계자 등 10여명이 이를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환경연합 등에 따르면 미군 폭발물제거팀(EOD) 21명은 농섬 사격장 내 폭발위험물을 제거하기 위해 15일 낮 12시께 포크레인 1대와 군용차량, 폭약 등을 바지선에 싣고 농섬 상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미군이 폭탄을 일일이 제거하지 않고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농섬 사격장을 폭파하는 폭력적 방식을 사용하려 한다”며 농섬 해안에서 바지선 상륙을 저지했다.
미군은 결국 장비만 남겨놓은 채 오후 1시께 일단 철수했으나 대책위는 바로 섬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황호섭 환경연합 팀장은 “2003년 5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가 체결한 ‘반환지 환경오염 조사, 치유 합의서’에 따라 한미양국은 미군의 반환ㆍ공여지에 대해 이양 예정 1년 이전에 최소 105일간 3단계에 걸친 공동 환경조사를 실시해야 하는데도 미군 측은 일방적으로 농섬 폭파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미연합사령부 김영규 공보관은 “현재 폭발물 제거를 위해 여러 방안이 검토되고 있고 그 가운데 하나가 농섬 폭파”라며 “지자체 이양 이전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15일부터 폭탄제거 작업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SOFA 합의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양이 완료되는 31일 전까지 매향리 사격장에 대한 모든 권한은 전적으로 미군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넓이가 3,000평이나 됐던 농성은 미군의 폭격훈련으로 3분의 2나 사라졌고 농섬 위쪽에 500평 규모의 윗섬은 지금은 거으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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