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을 맞은 15일 8ㆍ15 민족대축전에 참석한 남북 당국 및 민간대표단은 일본 성토에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방문 이틀째인 이날 오전 북측 대표단은 일제 만행의 현장인 현저동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둘러보았고, 남ㆍ북ㆍ해외 민간대표단은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는 특별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어 남북 당국대표단은 별도의 8ㆍ15 기념행사를 갖고 남북간 화합을 다짐했다.
■ 서대문 형무소 방문
오전 10시55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도착한 북측 당국대표단은 박경목 역사관 팀장의 설명을 들으며 역사관 내 일제 고문도구, 감옥시설을 둘러봤다. 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는 박 팀장이 “서대문형무소는 1915년 지어져 400여명이 처형됐다”고 소개하자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김 비서는 “이곳에서 처형된 선열 중에는 민족주의자,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가 다 포함돼 있다”며 “그 중에는 김일성 주석의 삼촌도 포함돼 있고 친위 군사들도 몇 명 있다”고 말했다. 북측 관계자는 “서대문형무소는 김 주석의 삼촌 김형권 선생이 옥사한 곳이며 그래서 김 주석도 조국해방전쟁(6ㆍ25) 때 직접 이곳을 다녀갔다”고 말했다.
김 비서는 “감옥을 돌아보고 나니 일제에 대해 치솟는 분노를 느낀다”며 “선열들을 남김 없이 발굴해 인민교육에 이용해 달라”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우리 민족이면 이 자리에 와서 누구나 똑 같은 분노와 수치심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대표단은 정 장관이 신라호텔에 준비한 오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일제의 만행을 화제에 올렸다. 김 비서는 “그렇게 잔혹하게 인민을 대한 것은 동서고금에 전례가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같은 테이블의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도 다녀갔다”고 전하자 “짐승이 아닌 이상 느끼는 바가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남ㆍ북ㆍ해외 민간대표단 300여명도 이날 오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과거사 왜곡 중단, 전범에 대한 미화 참배 중단 등을 촉구하는 ‘일제 패망 60년에 즈음한 특별성명’을 발표했다.
■ 남북 당국 공동기념행사
남북 당국대표단은 오후 3시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공동기념행사를 가졌다. 백범 김구 선생의 129주년 생일인 이날 김 비서는 환담장에서 김구 선생과 김일성 주석의 인연을 설명한 뒤 “우리 인민들은 김구 선생이 조국통일을 위해 투쟁하신 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단은 공동기념행사에서 정 장관, 김 비서,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최성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 부위원장 등의 축사와 기념사로 광복 60주년을 경축했고,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어 나가자고 다짐했다.
또 이날 오찬행사에서 임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 자작시를 낭송해 눈길을 끌었다. 임 부부장은 ‘우리는 서울을 보았다/이국의 도시가 아니었다/평양과 똑같은 민족의 도시였다’는 내용의 시를 수첩에 적어 와 읽었고, 60여명의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한편 북측 대표단은 16일 김원기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병문안 할 예정이다. 병문안 결정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의중에 따른 것이어서 김 위원장의 메시지와 김 전 대통령 북한 초청여부가 관심이다
박상진기자 okome@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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