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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케이블 신경전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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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케이블 신경전 가열

입력
2005.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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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 모임인 한국방송협회가 방송위원회의 새 심의위원 구성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방송협회는 12일 방송위가 위촉한 3개 분과 심의위원 27명 중 방송협회 추천인사는 단 1명인 반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추천인사가 4명이 포함된 데 대해 “균형성과 형평성, 공정성을 상실한 결정”이라고 비난하고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추천 철회는 물론, 향후 심의위원후보 추천에 응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방송위는 이에 대해 “케이블협회 추천이기는 하나 현 방송협회 이사가 보도교양심의위 위원장에 위촉되는 등 지상파 출신이 상당수 포함됐다”면서 “위원 면면이 아니라 추천 기관만을 따져 공정성을 문제 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독과점적 지위를 누려온 지상파 방송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지상파와 케이블TV 업계간 신경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방송협회가 일견 지엽적으로 보이는 심의위원 위촉까지 들먹이며 방송위와 대립각을 세운 것은, 케이블 업계의 영향력이 지상파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커졌다는 위기감의 표출이라는 게 방송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사들은 최근 들어 크고 작은 방송 현안을 놓고 케이블 업계와 충돌해왔다. 케이블TV 스포츠 전문 채널 Xports의 대주주인 IB스포츠가 미 메이저리그 중계권에 이어 최근 2006년부터 7년간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경기의 국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것이 대표적 사례. IB스포츠측은 “모든 매체에 중계권을 재판매, 매체간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지상파 3사는 “중계료 인상으로 외화낭비를 초래했다”고 비난하며 국민의 관심이 높은 스포츠 경기의 경우 무료인 지상파의 중계를 보장하는 이른바 ‘보편적 접근권(Universal Access)’ 법제화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방송협회는 그 동안 묵인해온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의 자체 채널을 통한 지상파 프로그램 불법 재전송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반면 케이블협회는 방송협회가 방송위와 국회, 문화관광부에 방송시간 연장을 요구한 데 대해 “지상파의 독과점 구도를 심화하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두 업계의 치열한 신경전은 근본적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만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04년 말 현재 케이블TV 가입자수는 전체 가구의 73.4%인 1,276만9,000가구로, 위성방송까지 포함하면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17%에 불과하다.

이는 매출과 순이익에도 영향을 미쳐 지상파의 광고매출액 비중이 2001년 92%에서 2004년 82%로 떨어진 반면, 케이블의 경우 SO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73%, 113% 상승했다. 더욱이 케이블업계가 인터넷전화(VoIP)까지 아우르는 통합서비스를 본격화할 경우 지상파의 위기감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는 구조개편 등 근본적 개선책보다는 방송시간 연장, 중간광고 등 임기응변으로 타 업계와 갈등을 양산하고 있는데 대해 비난이 적지 않다.

방송위 관계자는 “뉴미디어의 출현으로 지상파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전세계적인 추세”라며 “지상파 방송사들이 안이하게 대처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불안감과 박탈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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