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허용은 우리 정부가 북측에 대해 국제법상 보장된 ‘영해에 대한 무해통항권(無害通航權)’을 인정한 것이다.
무해통항권은 영해가 공해와 연결되는 해상교통의 통로라는 점에서 공동의 이익을 위해 연안국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제3국 선박에 대해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다.
제주해협은 국제항로로 지정돼 국제해사기구(IMO)의 ‘세계상선편람’에 등록된 상선에 대해서는 무해통항권이 인정되는 우리 영해에 속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한 선박에 대해서는 정전(停戰)상태임을 이유로 이 같은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남북이 서로를 더 이상 교전상태에 있는 적성국 또는 교전단체로 보지 않는다는 근본적 인식 변화의 출발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상징적 의미 외에도 이번 조치는 남북 양측에 경제적인 실익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간 제주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400해리 이상을 돌아갈 수 밖에 없어 줄기차게 제주해협 통항을 요구해왔다.
북한은 지난 2001년 6월에는 이 항로에 사전 통보 없이 상선 3척을 일방적으로 잇달아 진입시켜 한국측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통일부는 이번 조치로 서해와 동해를 오가는 북한 선박이 항해거리로는 400해리, 시간으로는 반 나절 이상의 단축효과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지난 1일 발효된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우리측 해운회사들도 조만간 남북간 항로에 국적선 투입을 준비 중이다. 이렇게 되면 그간 제3국 국적선에 의해 이루어졌던 남북교역물자 운송도 우리 국적선이 맡게 된다.
그러나 이번 조치를 북측이 악용해 민간선박으로 위장한 무기수출 선박 등을 통과시킬 경우 또 다른 말썽의 소지가 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말썽 소지의 북한 선박은 정선과 해상임검 등을 통해 해협 통과를 저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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