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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색한 대외원조 언제까지

입력
2005.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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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미국에서 발간된 ‘추악한 미국인’(The Ugly American)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으로 하여금 미국의 대외원조 정책을 재검토하도록 한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그로부터 30여년 후, 페레스트로이카와 자유화로 넘어가는 역사의 문턱에서 자유 서방국가들이 소련에 대한 원조를 계속하고 있던 91년 봄 뉴욕의 한 택시기사는 “소련이 망하고 민주주의가 승리하는 것은 좋지만 왜 가난한 우리 호주머니까지 털어서 세금으로 도와주어야 하나요?”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가며 러시아의 민주화를 위한 원조를 증강하였다.

최근 일본과 독일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유엔 분담금 기여도와 경제력에 상응한 정치력 확보라는 주장과 함께 개도국에 공여하는 개발원조의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공적개발원조(ODA) 총액은 88억 달러, 독일은 75억 달러로서 기존의 상임이사국 영국 및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예로부터 대외 원조는 외교의 중요수단이요 도구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인 당 대외원조 지출액을 보면 룩셈부르크(536달러) 노르웨이(477달러) 덴마크(374달러) 스웨덴(300달러) 네덜란드(260달러) 순이다.

이들 국가는 모두 범세계적 이슈 해결에 적극 참여하는 나라로서 국제사회에서 중견국가(Middle Power)로서의 위상과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가들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떠한가? 짧은 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룩한 대한민국은 많은 후발개도국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지난해 우리의 공적개발기금 총액은 유상, 무상원조를 모두 합하여 4억300만 달러로서 국민소득 대비 0.06%, 1인당 원조지출액은 8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OECD 원조위원회 22개국의 실적과 대비할 때 최하위를 의미한다. 이는 또한 유엔 권고기준 0.7%의 10분의 1 수준이며 OECD 평균 0.25%의 4분의 1 수준이다. 현재의 우리 국민소득과 비슷한 규모의 20년 전 일본은 우리보다 10배 이상의 국민소득대비 0.29%를 ODA로 지출하였다.

그러면 우리는 왜 그렇게 대외원조에 인색한가, 아니면 관심이 없는 것인가? 우리는 원래 정이 많은 국민인데, 아마도 다른 국가에게 도움을 베푸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고, 또 대외적 영향력 확대도 꾀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국가 경제력이 커져 버린 탓일 것이다.

우리가 이제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에 걸맞게 행세하려면 그만큼의 자발적 ‘세금’을 낼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하여 첫째, 우리의 대외원조 액수를 대폭 증강하여야 한다. 2010년이 되기 전에 최소한 지금 OECD 평균인 0.25% 의 절반 수준인 0.125%를 상회하도록 하고 무상원조의 비율을 높이고 대외원조를 집행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야 한다.

둘째, 대외원조를 외교정책의 수단으로 최대한 활용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외교부는 정부 내 유관기관, 시민단체 등과 연계하여 종합적인 집행을 도모해야 한다. 셋째, 국민적 합의와 지지 및 참여를 유도하고 대외원조의 목표와 이상 등을 규정하는 대외원조법을 제정해야 한다.

우리가 성숙한 국제시민의식을 갖고 이웃에게 주는 습관을 길들이며 대외원조를 크게 증강하여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로서 작은 나라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이다.

송영오 전 주이탈리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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