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어제 패전 60주년을 맞아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뜻이 담긴 담화를 발표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담화에서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면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 다시 한번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일본 총리가 각의의 결정을 거쳐 과거사 관련 담화를 발표한 것은 1995년 무라야먀 도미이치 내각 이후 10년 만이다. ‘통절한 반성과 사죄’라는 표현도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잇단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등으로 한일관계가 극도로 나빠진 상황에서 나온 그의 담화는 의미가 없지 않다.
특히 “두 번 다시 우리나라가 전쟁의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결의를 새롭게 한다”면서 “한국, 중국 등과 함께 손잡고 이 지역의 평화를 유지,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한국 등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강조한 것은 진전된 자세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의 이 같은 전향적인 담화가 행동과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는 자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가 어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다음달 총선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담화도 자신의 외교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아니기를 바란다.
어제 야스쿠니 신사 주변은 참배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고 여야 정치인들도 다수 참배를 했다고 한다.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 사회의 이 같은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통절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행동으로 지켜나갈지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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