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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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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태극기

입력
2005.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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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청사 전면을 태극기로 장식한 것은 ‘태극기 휘날리며’라는 제목의 설치미술이라고 한다. 일제가 지었던 건물을 1장의 대형, 3600장의 소형 태극기로 뒤덮어 나라와 국민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구태여 설명이 없어도 60주년을 맞은 광복절에 태극기로 감싼 건물을 보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단박에 알아차릴 의미다. 해방 감격 분단 고통 시련 성장 미래 희망 등의 얘기를 한 눈에 공유할 것이다.

■태극(太極)은 중국 고대 사상에서 만물이 생성, 전개되는 근원이다. 음양(陰陽)의 이기(二氣)가 태극의 일원(一元)에서 생성됐다는 것으로 우주 자연의 근본을 말한다. 적색은 존귀와 양(陽)을, 청색은 희망과 음(陰)을 상징한다.

또 사방에 배열된 건(乾) 곤(坤) 이(離) 감(坎)의 사괘(四卦)는 천지일월(天地日月) 사시사방(四時四方)을 의미하는 창조적인 우주관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태극기 전체로는 평화, 단일, 창조, 광명, 무궁을 뜻한다는 설명이다. 나라마다 국기의 유래와 문양이 다르지만 그 상징하고 의미하는 내용이 이렇게 깊고 높은 차원인 것은 매우 드물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국기 제정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876년 일본과 운요호(雲楊號)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강화도조약 체결 과정에서 였다. 일본측은 “운요호에는 엄연히 일본의 국기가 게양되어 있었는데 왜 포격을 가했느냐”고 트집을 부렸는데, 당시 조정은 국기가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조차 몰랐다.

이를 계기로 한 국가의 권위와 존엄, 주권을 상징하는 국기 제정의 필요성이 거론됐다고 한다. 이후 조정에서는 태극사괘의 국기에 대해 개략적인 의견이 모아져, 1882년 8월 9일 특명전권대사 겸 수신사인 박영효 일행이 방일할 때 일본 배 안에서 도안을 확정, 숙소에 게양한 게 효시였다.

■그 후 태극기는 널리 보급돼 일제 시대에는 공산주의 독립운동가들도 품 고 다니던 나라와 국권의 표상이었다. 통일성이 없이 사용되던 도안은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규격과 표준이 정해졌다. 이후 대통령 고시에 의해 국기게양의 방법도 공포 시행되고 있다.

고시에 따르면 하절기(4월1일~10월31일)에는 오전 6시에 달고 오후 6시에 내리며, 대문에는 문밖에서 왼쪽에, 아파트에는 밖을 향해 베란다 오른쪽에 세우도록 돼 있다. 태극기를 잘 달지 않는 우리 세태이긴 하지만 60주년 광복절 오늘만큼은 한 번 달아보자.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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