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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경제 진일보 갈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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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경제 진일보 갈길 멀다

입력
2005.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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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광복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또한 분단이 된지도 60년이 된다. 지난 60년을 되돌아 보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체제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 가일 것이다.

1인 당 국민소득은 남북한이 10대1 이상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제조업 등 모든 산업에서 남한이 앞서 있다. 이렇게 남한의 경제력이 북에 비해 월등하게 앞서게 된 것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택하였기 때문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이겼다고 자만할 수는 없다. 북미와 쿠바를 제외한 중남미 제국은 모두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택하고 있지만 경제력의 격차가 남북한의 격차 못지않게 벌어져 있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경제발전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러면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하여 어떤 조건이 추가로 필요한가? 첫째, 효율적인 민주주의가 작동하여야 한다.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독재로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한 나라는 없다.

중국이 정치적 민주화의 진전 없이 앞으로도 경제발전을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장경제에서는 경제주체 간 유효경쟁이 있을 때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진다. 경쟁에 노출된 경제주체는 경쟁에 대처할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국민을 우민화하거나, 사탕으로 민심을 사려는 포퓰리즘은 국제경쟁에 이기는 국민경제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지속적 시장경제 발전 필수

둘째, 법대로 집행하는 법치가 필요하다. 시장경제는 이기심에 기초하고 있는데 법치가 확립되지 않으면 절제된 이기심이 실종되고 법 위에서 법적용을 흥정하는 집단의 무한한 탐욕이 지배하게 된다. 법치가 확립되어야 지적재산권 등 사유재산이 보장되고, 계약의 신성함이 보장되며, 자기책임의 시장규율이 작동한다.

셋째, 관료주의가 혁파되어야 한다. 관료는 어느 나라에서나 규제위주로 정책을 생산한다. 한국이 아직도 박정희 대통령식 정부주도 개발 패러다임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 육성된 관료들이 아직도 정책생산과정에 널리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관료주의는 공공기관과 재벌계열사 안에까지 퍼져 있다. 이런 문화에서는 인사권자에 대한 상명하복이 미덕으로 권장되며,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시장원칙은 부수적인 요소로 전락한다. 한국은 유난히 왜곡된 강한 관료주의로 외환위기와 신용카드위기를 연거푸 겪었다.

시장경제와 관료주의는 장기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 관료주의가 지배하는 조직에서는 정부든 민간이든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되기 어렵고, 그에 따라 정책이든 투자든 의사결정이 바르고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노조 등의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지 못하게 하는 효율적인 민주정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였다. 법치는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 세계은행의 평가이다.

관료주의는 독재시대에 못지않게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경쟁력 순위는 별로 높아지지 않고 있다. 나라 안으로는 부패가 건설업을 필두로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시장경제의 지속적 발전이 한국에서 가능한지는 아직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개혁명분 실정법무시 안돼

참여정부는 야당후보가 집권하였을 경우에 비하여 본인들이 잘하고 있다는 식으로 자만하면 안 될 것이다. 이해집단의 탐욕을 제어하고, 개혁을 내세우기에 앞서 기존 실정법이라도 제대로 집행하는 관행을 확립하며, 정부 내 관료주의부터 청소하는데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한국경제는 부침이 심한 중진국의 저 신뢰 함정에서 벗어나, 중국에 추월당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싱가포르와 일본에도 앞서는 선진 고 신뢰경제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웬만한 통일비용은 부담할 능력이 있는, 통일전의 서독경제보다 나은 일류경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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