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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민 무관심한 민족대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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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민 무관심한 민족대축전

입력
2005.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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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11시50분 ‘자주 평화 통일을 위한 8ㆍ15 민족대축전’ 행사장이 마련된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컨벤션센터. 북측 대표단 165명을 맞기 위해 장대하고 화려한 붉은 카펫이 깔렸다. 호텔 진입로에는 시민단체 회원과 대학생 등 1,000여 명이 한반도기를 들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슷한 시간, 호텔 바로 옆 입구에서는 사뭇 다른 일이 이어지고 있었다. 호텔 직원들과 사흘간의 황금연휴를 호텔에서 보내려는 일부 투숙객들간의 실랑이가 한창 이었다. 행사 시각이 임박하면서 호텔 측 직원들은 “(손님들이 몰려 오니)차를 빨리 빼라”고 요구했고, 투숙객들은 “모처럼의 휴가를 망치고 있다”며 거칠게 항의했다.

얼마 후 우리측 대표들이 나타나면서 취재진들의 열띤 경쟁이 시작됐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별다른 관심이 보이지 않았다. 취재진을 가로질러 호텔 수영장으로 뛰어가던 한 아이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라고 부모에게 물었다. “글쎄, 몰라도 돼. 수영이나 하러 가자.” 간단한 대꾸였다.

호텔 아래쪽 아차산길 한 쪽 차선이 민족대축전을 경비하는 경찰 버스들로 채워졌다. 교통체증으로 어린이대공원 쪽에서 호텔까지 1시간 가까이 지체됐다. 운전자나 승객이나 모두 “왜 이렇게 차가 막히냐”며 불만을 토해냈다. 많은 시민들이 민족대축전을 어디서 왜 열리는 지 모르는 듯 했다.

광복 60돌을 기념하는 8ㆍ15 민족대축전이 개최됐지만 남과 북이 함께 즐기는 ‘축제’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정부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행사를 ‘통일을 위한 디딤돌’로 여기며 커다란 기대에 들떠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의 생각은 달라 보였다. 이들에게는 당장의 ‘황금연휴’가 먼 훗날의 ‘통일’보다 더 중요한 듯 했다.

신기해 사회부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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