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밀 반군과 적대관계였던 라크시만 카디르가마르(73) 스리랑카 외무장관의 암살을 계기로 정부와 반군 간 평화협상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13일 카디르가마르 장관 암살 사건 수사를 명분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한데 이어 이날 밤 군의 일제 검거작전으로 타밀족 12명을 체포했다고 A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1994~2001년에 이어 2004년4월부터 외무장관에 재직중이던 카디르가마르는 12일 밤 수도 콜롬보 자택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니말 시리팔라 데 실바 정부 대변인은 “카디르가마르 장관 암살로 인해 2003년 4월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평화 협상을 재개하려는 노력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군단체 ‘타밀 엘람 해방 호랑이’는 암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스리랑카 정부는 이 같은 타밀 반군의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공식 발표했다. BBC 방송은 카디르가마르 장관이 타밀 반군을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불법화하는데 앞장섰기 때문에 테러 공격 최우선 순위에 올라있었다고 전했다.
소수민족 타밀족의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반군의 공격으로 스리랑카에서는 1983년 이후 6만6,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노르웨이 중재로 정부와 반군은 2002년2월 휴전에 합의했으나, 반군의 자치 확대 요구로 평화협상은 1년 만에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도네시아 정부와 아체 분리주의 반군 대표는 15일 29년에 걸친 유혈 충돌을 종식할 평화협정을 조인한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양측은 지난달 핀란드의 중재로 반군단체 자유아체운동의 정치 참여 및 투옥된 반군 지도자의 석방, 평화협정 이행에 대한 유럽연합과 동남아국가의 감시단 파견을 내용으로 한 평화협정안에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13만 명 이상이 숨진 ‘쓰나미’(남아시아지진해일)의 가장 큰 피해지역인 아체 주에 대한 국제사회의 복구 지원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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