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봄날 머나먼 독립운동가 후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봄날 머나먼 독립운동가 후손

입력
2005.08.14 00:00
0 0

올해 5월까지 이완용 송병준 등 친일파 후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 확인 소송은 모두 23건. 판결이 나온 16건 중 8건은 승소했다. 친일파들이 일제에 빌붙어 ‘천황에게 하사 받은’ 재산을 광복 6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땅에서 그 후손들이 합법적으로 되찾는 기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독립 운동가의 자손들은 일제에 의해 빼앗긴 조상들의 땅을 되찾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MBC PD수첩은 16일 독립 운동가 후손들의 외로운 재산찾기 투쟁기를 그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통해 왜곡된 현실을 고발한다.

1920년 항일독립운동 조직인 대한독립구국단 단장을 맡았던 독립운동가 정인호 선생의 후손 정진한씨. 그의 집안은 서울 청량리에 있던 땅 5,096평을 조선총독부에 빼앗겼다. 해방 후 정씨 집안은 빼앗긴 땅을 돌려 받기위해 이승만 정권 때부터 60년간 탄원서를 내오고 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1920년대 조선공산주의대회를 주도한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이준태씨의 후손 이헌붕씨는 더욱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1944년 이태준씨가 옥사 한 뒤 후손들은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시내의 땅 1,000여 평을 빼앗겼다. 하지만 ‘빨갱이’란 낙인이 찍히면 독립운동의 공마저도 인정치 않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 탓에 재산 되찾기는 커녕 이씨의 후손이라는 것조차 최근에야 말할 수 있었다.

제작진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정당한 땅 찾기가 번번이 벽에 가로막히는 최대 원인을 일제가 1912년 제정한 토지 조사령을 여전히 근거로 하고 있는 현행 토지제도로 꼽고 있다. 조선총독부에 의해 훼손되거나 제거된 일제시대의 토지 기록이 법적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한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재산 되찾기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는 것. 최근 발의된 친일파 재산환수 특별법이 이렇게 환수된 돈으로 독립 운동가들의 빼앗긴 재산을 보상해주자는 취지의 특별조항을 마련해놓은 이유다.

연출을 맡은 MBC 박건식 PD는 “가난하고 교육의 혜택도 받지 못한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대부분 조상들이 재산을 빼앗긴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며 “이들에게 국가가 최소한의 보호마저 외면한다면 다시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누가 앞장서 싸울지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김대성 기자 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