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는 태극기, 상처받은 태극기, 꾸벅 꾸벅 졸거나 입맛을 다시는 태극기…. 광복절 아침에 이런 태극기를 만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다. 보수주의자라면 국기에 대한 모욕이라고 발끈할지도 모를 일.
그러나 작가 강영민은 태극의 원형을 하트로 바꾸는 발칙한 시도를 통해 역설적으로 국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환기시킨다. 팝 아트 작가이자 애니메이션, 음반제작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는 강영민씨의 개인전 ‘내셔널 플래그(National flag)’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쌈지에서 열리고 있다.
‘졸고 있는 하트’ 캐릭터로 유명한 강씨는 동그란 태극 대신 얼굴 표정을 담은 하트가 놓인 20점의 연작을 통해 태극기의 상투성을 전복한다. ‘우러러 봐야 하는 대상’답게 전시장 벽 높이 걸린 태극기들에 반창고를 붙이거나 눈을 흘기는 등 다양한 표정을 담음으로써 관객의 실소와 미소를 자아낸다.
강씨는 “대한민국의 상징인 태극기가 TV 화면조정 시간이나 군대 연병장, 관공서, 극우단체 등 진부하고 부정적인 이미지와 연결돼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무감각하게 소비되는 태극기를 개인적 감정 이입의 대상으로 만듦으로써 새로운 감성을 부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울고 웃는 태극기를 ‘애국 콤플렉스’ 없이도 편안하고 재미있게 지켜볼 수 있을지 여부는 관객의 몫이다. 전시는 21일까지. (02)736-0088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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