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앙골라 스웨터를 입고 앙증맞은 핀을 꽂은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한껏 새침이라도 떠는 걸까? 화장을 진하게 한 또 다른 여자. 빨간 물방울 무늬 원피스를 입고 눈은 내려 뜬 채 고개를 살짝 치켜든 표정이 자못 요염하다.
여자들의 농밀한 표정을 담는 작업만 줄곧 해오고 있는 동양화가 육심원(31)씨가 서울 인사동 갤러리 AM에서 네 번째 개인전(9월30일까지)을 열고 있다.
이런 류의 그림만을 고집하는 데 대한 설명은 듯밖에 간단하다. “그림 그리는 사람은 본인이 잘 아는 것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여자가 자연스럽게 소재가 됐습니다. 그들의 속내를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이지요.” 새침떼기, 깍쟁이, 내숭, 도도함 등 여자들에게 주로 쓰이는 단어들을 그림으로 담아내고 싶었다는 것이다.
지금껏 그의 작품 속 여자들은 하나같이 날씬하고 예쁜 체 해왔으나 이번 그림들은 조금 다르다. 볼 살이 터질 것 같이 부픈 여자, 주근깨가 난 여자, 통통한 여자 등 예쁜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 다수다. 20대로 국한됐던 연령대도 10대부터 50대로 넓혔다.
“여자들의 외모를 그린 게 아니라 성격이나 느낌을 표현한 것이예요. 보통 여자들의 내면을 표정 위주로 그렸어요.” 그러다 보니 색채도 전보다 강렬해 졌다.
전시회에는 4호부터 100호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최근작 30점이 걸린다. 화선지보다 두꺼운 장지에 분채가루에 물을 묻혀 칠하고 말리기를 20~30회 거듭해야 작품 하나가 만들어진다. 분채 때문인지 분위기에는 은은함이 풍긴다.
“일반인들은 그림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요. 사실 그림은 생활 속에 있는 것들인데…. 저는 쉽고 편한 그림, 그래서 일반인들이 거리감 없이 다가설 수 있는 그림을 그릴 겁니다.” (02)735-4354.
조윤정 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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