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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특집/ 새로운 韓·日관계 모색…한국이 버려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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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특집/ 새로운 韓·日관계 모색…한국이 버려야 할 것

입력
2005.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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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지난 6월 한국일보와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실시한 ‘한일 국민의식 공동조사’에서 드러난 우리국민의 일본에 대한 신뢰도 수준이다. 열 명 중 아홉 명이 ‘일본을 믿을 수 없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양국의 미래에 대한 그 어떤 긍정적인 전망도 떠올리기 힘든 수치다. ‘21세기의 동반자’, ‘아시아 태평양 시대를 함께 할 파트너’ 등은 그저 구호로만 존재할 뿐이다.

현실의 한일관계는 이와 사뭇 다르다. 경제ㆍ인적 교류 규모로 따지면 일본은 결코 먼 나라가 아니다. 지난해 한국의 대일본 수출과 수입은 각각 219억 달러와 461억 달러. 중국 미국에 이어 우리의 3번째 교역국이다.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3명 가운데 1명이 일본인이다.

실제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양 국민은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서로를 세 번째 중요한 국제적 파트너로 꼽았다. 지난 달 서울신문과 일본의 도쿄신문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우리국민의 절반 이상(53.5%)이 “일본이 한국을 위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지난 해 서울대 경제학부 이영훈 교수의 종군위안부 발언과 지난 4월 가수 조영남씨의 일본 산케이신문 인터뷰 후의 역풍을 잠시 떠올려보자. 두 사건은 일본과 관련된 사안은 우리국민의 이성적 접근을 무력화하는 블랙홀과 다름없음을 똑똑히 보여줬다. 발언 내용을 과학적ㆍ학문적으로 분석하거나, 인터뷰의 행간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아예 없었다. 단 하나, ‘국민정서법’만 통했다. 이 교수의 주장이 결코 일제강점의 미화가 아님을, 조씨의 발언이 독도 문제에 대처하는 일본의 영악함을 지적하고자 한 거친 표현이었음을 인정하는 이들도 거센 여론의 뭇매를 그저 지켜볼 도리 밖에 없었다.

우리의 국민정서법이 이처럼 강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은, 따지고 보면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몰염치 탓이다. 일본에게는 미래가 더 중요할 지라도, 한국민은 과거를 명쾌하게 정리하지 않고서는 현재도 미래도 없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서울신문과 도쿄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일본이 과거 한국 식민통치에 대해 충분히 사죄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사죄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89.7%나 됐다.

두 해 전 ‘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라는 책에서 “일제 식민치하는 경제적으로 조선 말기보다 나았다”고 주장했다가 ‘친일파 망언’이라는 독설 세례를 받았던 작가 복거일씨. 복씨는 “광복 이후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자존심을 찾고자 한 것은 당연하다. 역사 기술도 이런 맥락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인정한 뒤 “그러나 이제는 반세기가 훨씬 지났다. 지나친 것은 스스로 걸러내야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고 말했다.

국회 한일의원연맹 소속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피해와 가해의 역사, 툭하면 터져 나오는 극우정치인의 망언 등이 두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진단한 뒤 “그러나 우리도 이제는 그들의 장점을 인정하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열린우리당의 대표적 일본통 강창일 의원도 “일본은 일국이기주의 차원의 국가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재의 감정적인 반일은 우리에게 결코 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올해로 광복 60년, 국교정상화 40년이지만 양국간의 아픈 과거는 결코 세월로 치유되지 않았다. 창원대 사학과 도진순 교수는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일본 병사를 너무 희화화 한다”며 “일본을 제대로 아는 것이 급선무인데, 이런 식의 접근으로는 일본의 참모습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열린 시각으로 일본을 보는 것, 때로는 뜨거운 가슴을 녹일 만한 차가운 머리를 가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지난 날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담보하는 제대로 된 처방전이라는 뜻이다.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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