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은 14일 북한 대표단의 국립현충원 참배를 환영하면서도 미묘한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열린우리당은 “남북 화해와 협력의 수준이 한단계 도약하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환영했다. 배기선 사무총장은 “북측의 결단으로 반목으로 점철된 남북의 역사가 화해와 협력으로 전진할 것”이라며 “남북이 차근차근 신뢰를 쌓아 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병헌 대변인도 “남북이 정치와 이념을 넘어 서로 마음이 통하는 민족으로서 한걸음 더 다가섰다는 의미”라며 “참여정부와 우리당은 앞으로도 남북간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하고 평화의 틀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도 “적극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의 속내는 복잡했다. 당 논평 내용이 며칠 새 오락가락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2일 현충원 참배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만 해도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에서 “남과 북이 지난 상처를 보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환영의 뜻을 앞세웠다.
하지만 13일 이정현 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선 “박수치고 요란스럽게 흥분할 일은 못 된다”며 “6ㆍ25남침에 대한 잘못 인정 없이 조국을 지키다 희생된 영령들 앞에 불쑥 참배 하겠다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보수단체의 반발 움직임이 반영되고 정부의 정략적 이용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한 결과다.
결국 14일 당 논평은 “북한이 6ㆍ25를 뉘우치고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뜻에서 현충원 참배 뜻을 순수하게 받아들인다”며 “북한이 순수함과 진정성을 지켜나가길 기대한다”고 애매하게 절충됐다.
당내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김기춘 여의도연구소장은 “남침 사과라는 선행조치 없이 난데없이 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북한의 정략이 깔려 있다는 의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홍준표 의원은 “남북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차근차근 수순을 밟는 것으로 생각해야지 이런 저런 의심을 깔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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