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사건을 계기로 속속 터져 나오는 두산그룹 비리 의혹이 두산에 대한 검찰의 전면 수사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박용오 전 회장이 지난달 21일 박용성ㆍ용만 형제의 비자금 1,700억원 조성 의혹을 제기했을 때만 해도 당장 기업비리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진정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아니라 고소 사건을 전담하는 조사부에 배당한 것도 ‘가족간의 분쟁’임을 감안해 당사자의 해명을 충분히 들어보라는 취지였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진정서 안에 담겨진 범죄구성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수사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최근 박용성 회장 측이 박용오 전 회장을 겨냥해 두산산업개발의 분식회계(2,797억원 규모)를 실토하고, 다시 박용오 전 회장이 오너 일가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1999년 유상증자 과정에서 빌린 은행 대출금 이자 138억원을 5년 동안 회사돈으로 대신 갚았다고 폭로했다.
분식회계의 경우 당사자가 시인한 만큼 수사가 불가피하고, 증자대금의 이자를 회사가 대납했다는 부분도 사실일 경우 횡령과 배임죄에 해당한다. 검찰도 더 이상 ‘소극적’ 수사 방식을 고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검찰이 전면 수사에 착수하면 두산그룹의 기업비리는 물론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박용오 전 회장의 차남 중원씨와 측근 손모 상무 등을 불러 두산그룹 비자금 관련 자료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로선 ‘통상적인 고소사건 처리’라는 기존의 수사방침이 달라진 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사확대 가능성까지 부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검찰 관계자는 “대주주들이 서로 폭로하는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범죄 혐의가 짙다”며 “진정이나 고발을 취하한다고 해서 사건이 무마되는 차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검찰은 주임검사 외에 나머지 조사부 검사들도 필요할 경우 수사에 참여토록 내부 방침은 정한 상태다. 다만 조사부는 일상적인 고소사건 처리 업무 때문에 특수부처럼 한 사건에 부 전체가 매달리기 어려워 당장 수사확대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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