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정국 속에 팽팽히 맞서던 여야가 12일엔 노태우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을 전후해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40억원+α’를 건넸다는 ‘박철언 회고록’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원으로 수세에 몰려있던 열린우리당은 “흐름을 바꿀 호재”라며 공세에 나섰고, 한나라당은 신빙성 없는 개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면서 파문 차단에 주력했다.
호남민심 이반을 우려해 ‘DJ달래기’에 급급했던 우리당은 이날 표정이 일변했다. 한나라당을 ‘부패와 야합 정당’으로 몰아붙여 도청에 집중된 세간의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전날까지만 해도 당직자들은 입만 열면 ‘불법도청의 최대 피해자는 DJ’를 강조했지만, 이날은 한나라당 공격으로 말문을 열었다.
문희상 의장은 시도위원장단 회의에서 “또 하나의 X파일인 회고록을 통해 한나라당의 본체인 3당 밀실야합의 검은 뒷거래가 드러났다”며 한나라당 원죄론을 폈다.
전병헌 대변인은 “박근혜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 김무성 사무총장 등의 3각 체제는 민정-민주-공화계가 모인 3당 합당의 상징적 모습”이라며 “검은 돈 거래를 통해 오늘날의 한나라당이 있게 됐다”고 공격했다.
동교동과 여권의 갈등을 느긋이 즐기고 있던 한나라당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 적잖이 당혹해 하는 표정이다. 6공 당시 박씨의 비중으로 볼 때 그의 주장을 마냥 근거 없는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게 당장의 여론 흐름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공식대응을 자제했다. 아직 당사자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단계인 만큼 당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섣부른 맞대응은 괜한 의혹만 키울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전여옥 대변인은 “우리당은 과거사 전문당인 만큼 얼마든지 공격하려면 하라”며 “한나라당은 현재와 미래문제에 몰두하겠다”고 딴전을 피웠다.
아울러 한나라당은 “노태우 정권의 공약이던 중간평가가 유보됐는데 당시 제1야당인 평민당과는 아무런 뒷거래가 없었겠느냐”며 DJ 연루의혹을 제기하는 등 물타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당 일각엔 일부 당 소속 의원이 회고록에 거명됐다는 점을 들어 향후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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