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1일 대(對) 이라크전과 관련해 국내외의 비판에도 불구, 지금 당장 미군을 철수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철수 불가 방침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언급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 내에선 조기 철군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휴가중인 부시 대통령은 이날 외교 및 국방 참모들과 이라크전, 이란 핵 위기 등 현안에 대해 협의를 마친 뒤 목장 인근에서 엿새째 천막을 치고 ‘부시 대통령을 직접 만나 내 아들을 이라크에서 죽게 한 이유를 묻겠다’며 농성중인 미군 전사자의 어머니 신디 시핸씨의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가족을 잃은 고통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당장 철수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봤지만 그럴 경우 적들에게 엄청나게 잘못된 신호를 줄 것이기 때문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를 포함한 미 정부 내에서는 이라크 철군 일정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군은 이제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해 승리를 거두겠다는 목표는 사실상 포기하고 이라크 방위군과 경찰에 임무를 넘기는 문제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은 올 가을 17개 여단 규모인 현 주둔병력을 1만여명 일시적으로 증강해 이라크의 정치일정을 치른 뒤 내년 말 12개 여단 규모로 감축한다는 일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라크를 시찰하고 돌아온 배리 매카피 예비역 장성은 “올 여름이 지나면 미군은 현 병력을 유지하기 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