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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8·15 현충원 참배/ 남북간 과거사 정리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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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8·15 현충원 참배/ 남북간 과거사 정리 '첫걸음'

입력
2005.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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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민족대축전 북측 대표단의 국립현충원 참배는 남북관계의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민족상잔의 비극적 상징인 현충원에 북측 김기남 노동당 비서 등 대표단 30여명이 참배하는 행위 자체가 불행했던 남북간 과거사를 정리하는 첫 걸음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배를 결정, 남측에 먼저 제의한 것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남한과 국제사회에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6ㆍ25 전쟁을 북침으로 간주하며 국군포로의 존재 자체도 부정했던 북한 입장에서 현충원 참배를 먼저 결정한 것은 파격적이다. 특히 1970년 무장공비를 침투시켜 현충원의 현충문을 폭파했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더욱 그렇다. 독일이 이스라엘, 프랑스와의 불행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 희생자 추모비 참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참배가 갖는 의미는 간단치 않다.

남측도 김일성 주석 조문에서 상응하는 결단을 내리면 남북관계는 한 단계 더 진전될 수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과거에 대한 발전적 정리과정 없이 남북간 진정한 화해와 협력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북측의 참배 결정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한 참배 결정을 내린 김정일 위원장의 의중도 관심을 끌고 있다. 근 1년 동안 정체돼있던 남북관계는 5월의 남북차관급 회담, 6ㆍ17 김정일_정동영 면담을 계기로 급진전되는 상황이었다. 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4차 6자회담도 비록 합의문 도출에 실패했지만 13일 동안 진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충원 참배를 북측이 먼저 제의한 것은 북핵 문제에서 전략적 결단을 내리겠다는 김 위원장의 사인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지나친 의미부여를 경계하는 시각도 엄존하고 있다. 북측이 평화 제스처를 국제사회에 보임으로써 북핵 문제에서 미국을 구석으로 몰고 가는 전략의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 전향적으로 변하는데 미국은 아직도 완강하다”는 북한의 노림수가 깔려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북측의 참배가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의 진전으로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8ㆍ15 이후 북한이 군사문제 등에서 후속 조치를 취하고 2단계 4차 6자회담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참배는 일시적인 선전전술로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한편 정부는 북측이 5일 판문점 채널을 통해 현충원 참배를 제의하자 참배로 인한 남측 사회의 좌우갈등을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협의 끝에 대승적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기로 결정, 9일 북측에 수용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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