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적인 핵 이용권은 북한의 마땅한 권리’라는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 정부가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못박고 있는 때에 정 장관의 발언이 나와 한미 갈등과 6자회담에서 양국 공조의 균열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파문이 커지자 정부는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일반적 권리를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미 국무부도 정례브리핑에서 “양국간 이견은 없다”고 진화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정 장관이 지적한 대로 북한의 핵 이용권 문제에 대해 한미 양국의 시각이 다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 같은 이견은 지난 7일 휴회에 들어간 제4차 6자회담 회의 석상에서 이미 확인된 내용이다. 따라서 한미간에 큰 충돌이 생긴 것처럼 새삼스럽게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우리가 여러 번 지적했듯이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 논란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북한이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해온 믿을 수 없는 나라이므로 평화적 목적의 핵 이용도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한 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재가입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성실히 받는 상황이 되면 북한에 농업ㆍ의료ㆍ발전 등 평화적 목적의 핵 이용을 금지할 명분이 없어진다. 또 북한 경제의 회복에 따라 급증할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핵 에너지 이용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6자 회담의 목표인 북한의 핵 폐기와 체제보장 그리고 북미, 북일관계 정상화 등은 어차피 관련국들간의 신뢰구축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제4차 6자회담 1단계 회의에서 북핵 폐기의 대전제에 합의를 이룬 만큼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 문제는 상대방 입장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토대로 풀어갔으면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은 미국이 우려하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등에 대해 투명하게 의혹을 해소해야 하며 미국도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에 대해 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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