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괴롭혔던 한국인 종군위안부를 찾아서 대신 사죄해 주게."
태평양전쟁 때 미얀마 야전사령부에서 사병으로 근무했던 한 일본인이 2000년 7월께 임종을 앞두고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전우 다케도미 노보시오(武富登已男)씨에게 남긴 유언이다.
당시 81세였던 이 일본인은 다케도미씨에게 1944년 종군위안부로 끌려온 김매향이라는 한국인 여성의 빛바랜 흑백사진 2장을 보여주며 "반세기 전 내가 너무나 많은 고통을 준 종군위안부"라며 "꼭 찾아서 대신 사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김매향의 본적이 부산이고,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다는 것만 기억난다"면서 "전쟁 당시 부대에는 12명의 한국인 여성이 종군위안부로 끌려왔고, 종군위안부는 일본 군부가 저지른 짓"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가 다케도미씨에게 부탁을 한 것은 다케도미씨가 위안소를 이용하지 않았고, 당시 후쿠오카에서 전쟁사료관을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케도미씨는 그러나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채 2002년 가을 세상을 떠났다. 다케도미씨는 아들 다케도미 시카이(武富慈海)씨에게 "너라도 김매향을 찾아 일본군 대신 사죄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같은 사실은 다케도미 시카이씨가 최근 부산외대 김문길 교수에게 "김매향을 찾아달라"는 편지(사진)를 보내옴으로써 알려졌다. 다케도미 시카이씨는 편지에서 "종전 60주년이 되는 올해 과거사를 청산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과거사 청산을 통해 종군위안부 생존자들의 마음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