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리도마이드 베이비. 1950년대 후반 입덧을 방지하기 위해 쓴 진정제의 부작용으로 팔과 다리가 짧거나 아예 없고 뇌손상까지 입은 상태로 태어난 1만여 명의 장애아들을 말한다.
세계적인 바리톤 가수 토마스 크바스토프(46)는 탈리도마이드 베이비이다. 키가 1m32㎝에 불과하고 손가락도 양손을 합쳐서 7개뿐이다. 그가 무대에 선 모습은 안드레아 보첼리가 마이크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 거의 미동도 않고 노래하는 것과는 또 다르다. 무대에 선 그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 갖는 놀라움 속에는 일종의 편견이 숨어 있다.
어릴 때부터 노래 잘하는 아이였지만 그래서 그는 정규 음대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개인 교습과 피나는 노력으로 사회의 차별을 넘어섰다.
독일 ARD 국제 콩쿠르에서 1등 상을 받았고 그래미 음반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다. 그를 가르치기를 거부했던 음대는 지금 그를 훌륭한 성악 교수로 맞아들였다. 이제 누구도 그를 키 작은 탈리도마이드 베이비로 기억하지 않는다.
“보기가 좀 그래서 그렇지, 정말 노래를 잘하는군요” 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다. 그는 오로지 역량 있는 독일 바리톤 가수 중 한 명으로만 평가 받는다.
‘빅맨 빅보이스’(김민수 옮김)는 크바스토프가 성장기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성악가로 명성을 떨치고 음악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을 담은 회고록이다.
그가 섰던 무대 뒷이야기, 세계 순회공연의 에피소드들 등 갖은 음악 이야기도 곁들였다. 강건하면서도 부드럽고 깊은 그의 음색을 닮은 문장에 유머와 위트까지 곁들여 읽기 편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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