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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광복60년, 열린민족주의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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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광복60년, 열린민족주의를 향하여

입력
2005.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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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60주년이 다가온다. 일제의 강점으로부터 국권을 회복한지 한 갑자(甲子)가 지난 것이다. 광복 60년은 물리적 시간의 경과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분단과 전쟁이라는 상흔을 딛고 근대화와 민주주의라는 성과를 담아낸 흔적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광복 60년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며 우리에게 주는 사명 또한 새롭다.

광복 60년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부여된 최대의 과제는 21세기 통일된 민족국가의 건설이다. 통일은 남과 북의 체제가 물리적으로 통합된다는 의미를 넘어서, 외세의 지배와 이념적 갈등으로 점철된 수난의 민족사에 마침표를 찍고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세상으로 나가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분단이라는 반(反)에서 통합이라는 정(正)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질서가 정상적으로 자리를 잡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통일이 갖는 함의는 우리에게 절대적이다.

●21세기 통일민족國 수립 과제

통일은 ‘언제’보다 ‘어떻게’가 중요하다. 이 문제에 관하여 우리는 이미 무력에 의하거나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흡수통일이 아닌, 대등한 양당사자 사이의 하나된 민족으로의 대통합을 선언해왔다. 통일된 민족국가 건설을 위한 최우선의 과제는 남과 북 정치세력의 교체이다.

대립과 갈등의 20세기적 편협성을 극복하고 세계적 가치를 수용하는 ‘열린민족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21세기적 정치세력의 출현이 양측 모두에게 절실히 요청된다. ‘열린민족주의’로 상징되는 21세기 정치세력은 다음의 몇 가지 행동 규범을 따라야 한다.

첫째, 이념에 따라 선과 악을 분명히 구분하는 낡은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념의 틀은 20세기적 표징일 뿐이며 우리가 발견ㆍ실현하고자 하는 자유, 평등, 인권, 민주주의 같은 지고의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이를 위해서 우선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인 사상과 이념의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제도를 혁파해야 한다. 국가보안법도 그러한 낡은 제도중의 하나이다.

둘째, 20세기의 왜곡된 과거로부터 단절된 당당하고 정의로운 사고와 행동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한다. 어떠한 이유이건 민족을 배신했던 전력을 가진 세력의 잔재가 통일국가 건설에 참여하게 해서는 안 된다. 광복 60년과 국권침탈 100년을 맞이한 지금 친일잔재의 완전한 청산이 무엇보다 절실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셋째, 급변하는 국제관계에 탄력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선진적인 외교 감각을 갖추어야 한다. 20세기 후반의 한미관계는 긴 외교사적 관점에서 보면 결코 일반적인 국제관계가 아니었다.

따라서 지금의 한미관계 변화는 갈등이라기보다는 조정의 측면이 강하며, 촛불시위 등으로 표출되는 국민적 감정은 반미(反美)라기보다는 탈미(脫美) 쪽에 가깝다. 이는 패권국가로 급부상하는 중국의 출현에 따라 균형을 이루고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서 새로운 정치세력이 ‘세련된 외교’로 풀어나가야 하는 과제이다.

●개혁 추진해낼 새세력 출현해야

통일은 언뜻 나와 남의 관계 속에서 달성되는 문제 같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나 자신 속의 치열한 성찰과 변화를 통하여 얻어질 수 있는 과제이다. 이것이 지속적 개혁이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세기의 정치세력은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근대화라는 사명을 달성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기성세대는 그들의 경험을 전수하되, 젊은 세대가 자신들과 생각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세대간 조화의 바탕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한편 21세기 정치세력은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의 확보라는 거시적 틀을 바탕으로 통일국가 건설의 단초를 포착해야 한다. 이러한 기회는 이미 6ㆍ15 공동선언을 통하여 작게나마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제 시대정신 속에서 깨어있음이 요구된다. 광복 60주년이 21세기 통일국가 건설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용중 동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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