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는 불교의 연기론과 다르지 않으며, 경제 또한 불교 일체유심조 사상의 적용이 가능하다. 환경문제는 불성사상으로 풀 수 있다.”
정보화, 줄기세포 연구, 환경파괴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현상과 문제들을 불교적 시각에서 이해하고 진단하는 학술대회가 최근 열려 주목을 끌었다.
한국불교학회가 8, 9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현대불교신문사 부설연수원에서 개최한 워크숍 ‘불교에서 바라보는 한국사회’가 그것. 주제발표를 맡은 각 분야 학자들은 다양한 불교적 해석을 통해, 종교가 일상과 결코 유리된 것이 아닌, 여전히 현실사회의 방향과 해법을 찾는데 지극히 유용한 것임을 입증해 보였다.
정보화
우리나라의 정보통신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 그러나 이동한 충북대 명예교수는 ‘정보화 시대의 불교적 사유’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저질 정보와 음란물의 유포 ▦해킹 등 전자 범죄의 확산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보 윤리교육이 절실한데 불교의 보리심(菩提心ㆍ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화 기술은 사물을 종합적으로, 시스템적으로 이해해야 하며 이 같은 시스템적 인식은 불교의 연기론(緣起論ㆍ모든 것은 이유와 결과가 있고 서로 연관돼 있다는 인식)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론에 대한 이해가 많아질수록 정보화기술이 한층 발전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환경
서재영 불교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은 현대인의 과도한 소비문화와 도시화 때문에 생태적 안정이 파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구함이 있으면 모든 것이 괴로움이고, 구함이 없으면 그 자리가 곧 즐거움”이라는 달마대사의 말을 인용, 물질적 해탈이 있어야 참다운 도의 실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친 소비는, 사물의 가치를 인간의 개발과 성장에 얼마나 이로운지 여부로 판단하는 도구적 가치관에서 비롯됐다”고 보면서 “불성사상(佛性思想), 즉 인간과 동식물 등 모든 존재에 불성이 내재돼 있다는 인식이 확산될 때 무분별한 생태계 파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줄기세포연구
김성철 경주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는 불교에서는 수정란은 생명체이지만 수정 이전의 정자, 난자는 영혼이 없기 때문에 생명체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우석 교수의 기술은 정자, 난자가 결합한 수정란을 성장시킨 게 아니라 난자의 외피에 체세포를 주입한 것이기 때문에 생명체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불교의 최선책은 동물실험을 포함, 살상 행위가 동반되는 모든 실험을 중지하는 것이지만 현실적인 차선책은 실험, 또는 시술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살생의 악업을 최소화하고, 난치병 치료 등 이타(利他)의 선업을 최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경제운용방식
정기문 강원대 경제무역학부교수는 경제원리도 불교이념으로 풀었다. 가령 자동차를 만들고 집을 짓고 철도를 건설하는 등 생산량이 증가하면 경제가 성장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불교에서 볼 때 생산된 물건은 물질이 위치와 모양을 바꿔 재조합 또는 재결합한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보면 경제는 성장체계가 아니라 순환체계가 된다.
그는 특히 생산가치를 평가하려면 거기에 동반되는 파괴가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기는 파괴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생산하지 않는 것이 더 많은 가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경제적 가치나 경제 성장 등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한낱 관념에 불과할 수 있다. 세상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불교의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 사상이 경제를 설명하고 이해하는데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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