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터넷 사이트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열 네 살인데 방학 때 친구들과 놀이공원 가기로 했거든요. 그 때 여친이랑 손을 잡고 싶은데 같이 가는 애들 때문에 여친이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까요. 자연스럽게 손잡는 법 좀 알려주세요.”
어디에나 강호의 숨은 고수들이 있는 법. 금방 답이 올라왔다.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손을 잡아도 되냐고 물어 보세요. 그러면 여자 친구도 허락하지 않을까요. 그게 어려우면 놀이 공원에서 사람이 많은 데로 가세요. 사람이 북적대는 곳에서 놓치지 말라 하고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들어갔다가 나올 때 잡는 방법을 써 보세요. 무서운 곳도 괜찮습니다. 자연스럽게요. 꼭 성공하기 바랍니다.”
그래서 열 네 살짜리 소년이 그 방법대로 여자 친구의 손을 잡았을까. 아마 시도는 해봤겠지만 제대로 성공하지는 못 했을 것 같다.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하는 이유는 30여 년 전 꼭 고런 놈을 내가 먼저 만났기 때문이다.
그 때 그놈은 밥을 먹든 공부를 하든 눈을 뜨고 있는 시간 절반 이상을 오직 그런 생각만 하면서 자랐다. 그런데도 씩씩하고도 훌륭하게 자라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그게 소년의 인생이다.
이순원(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