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부의 가자지구 정착촌 전면철수 결정에 항의해 재무장관직을 내던졌던 벤야민 네탄야후(55) 전 총리가 10일 아리엘 샤론(77) 총리와 정면으로 맞붙었다.
네탄야후는 이날 사임배경을 설명하는 크네세트(의회) 연설에서 “이스라엘에도 미국의 쌍둥이 세계무역센터와 같은 고층빌딩이 있다”고 테러 위협을 노골적으로 제기한 뒤 “정착촌 철수는 팔레스타인 테러기지 설치를 용인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가자지구의 지중해 항구를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 당시의 쿠바 항구에 비유하며 “이 항구를 통해 흘러 들어온 미사일, 이슬람 무장세력, 전폭기 등이 텔아비브를 때려부술 것”이라고 성토했다.
1996~1999년 총리를 지낸 네탄야후는 당시 국제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착촌 건설을 밀어붙인 초강경 매파이다. 그는 정착촌 건설이 이스라엘의 안보와 땅을 보장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해 이후 봇물을 이룬 팔레스타인의 대 이스라엘 자살폭탄 테러를 촉발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샤론 총리는 네탄야후의 발언에 대해 이날 채널 1 TV와의 회견에서 “비겁한 술수”라며 네탄야후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샤론 총리는 “각료회의에서 정착촌 철수에 원칙 동의했던 그가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이제와서 딴 소리를 한다”며 “그의 위협은 군사적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스라엘 국민은 샤론 총리의 정착촌 철수 결정에 대해 대다수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정착촌 주민과 집권당인 리쿠드당의 보수파 등은 총리 사퇴와 이슬람 사원 공격을 촉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차기 총선에서 샤론 총리에 도전할 뜻을 노골적으로 밝혀온 네탄야후는 여론조사에서 리쿠드당을 이끌 차기 당수 적임자로 샤론 총리에 앞서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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