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대 경영대학원에 재학 중인 오마르 말도나도(28)는 여름방학이 시작하자마자 인도 델리로 날아왔다.
도미니카 혈통의 보스턴 토박이인 말도나도는 인도의 컨설팅회사 코팔 파트너스에서 3개월간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세계 금융의 중심인 월스트리트도 부럽지 않다. ‘인디안 드림’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 경영대학원 석사과정(MBA)을 밟고 있는 학생들이 인도로 몰려들고 있다. 10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달 들어서만 ‘여름 인턴’을 위해 인도 현지 대기업으로 향한 미 MBA 과정 재학생은 모두 49명. MBA ‘여름 인턴’은 졸업 뒤 취직으로 곧장 연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들의 일차 목표는 인도에서 성공할 기회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한창 성장 엔진을 가동하고 있는 인도 등 아시아가 차세대 MBA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면서 치열해진 취업경쟁이 깔려 있다. 취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경력 관리용인 셈이다.
미 MBA의 인도 기업 인턴 취업은 이제 시작 단계지만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 듀크대 경영대학원은 지난해 1명이 인도의 인턴 취업 관문을 연데 이어 올해에는 인도 제2의 아웃소싱 기업인 인포시스테크놀로지 등 2개사에 4명으로 늘었다.
올 여름에 인턴 40명을 채용한 인포시스에는 지원자 9,000명이 몰려들었는데, 그중에는 스탠퍼드대 펜실베이니아대 노스웨스턴대 등의 MBA부터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카네기멜론대 같은 정상급 공대 학생까지 포함됐다.
키란 카르니크 인도소프트웨어산업협회(NASSCOM) 회장은 미 MBA들이 인도에 매료된 이유가 차세대 세계화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중국도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인도는 중국보다 영어 소통이 원활하기 때문에 세계화에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도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측면이다.
인포시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카톤 버웰(28ㆍ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은 “여기서 세계 경제의 작동 원리와 기업 및 국가의 정책 선택 배경을 파악할 수 있다”며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기업들도 전략적으로 미 MBA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MBA 인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월스트리트의 생리를 받아들이는 이점을 노리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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