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사장이 외부인의 청탁을 받고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지원자의 성적을 조작하거나 모집요강을 변경하더라도 현행법상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최중현 부장판사)는 11일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사장 시절 김영진 전 의원의 부탁으로 김 전 의원 후원회 회원의 아들 김모씨의 성적을 조작해 합격시키고, 대학 시절 은사의 딸이 지원할 수 있도록 모집요강의 나이 제한을 완화해 채용한 혐의(업무방해)로 불구속 기소된 허신행(63ㆍ사진) 전 농림수산부 장관에 대해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범죄행위의 대상이 ‘타인의 업무’이어야 한다”며 “사장이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회사 내부 인사규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신입사원 모집은 사장 입장에서 ‘타인의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업무방해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1심에서는 허 전 장관으로부터 성적조작 지시를 받은 채용 담당자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방공기업법 등에 따르면 공사의 직원은 사장이 임면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고 사장의 직원 채용 절차를 감시ㆍ통제할 내부 조직에 관한 규정이 없어 직원 채용업무는 전적으로 사장에게 일임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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