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문제를 놓고 긴급 소집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가 회원국 간 극명한 입장 차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핵 시설 봉인을 제거를 선언했다.
골람레자 아가자데 이란 원자력기구 의장은 10일 국영 TV를 통해 “IAEA가 이스파한 우라늄 전환시설에 설치한 봉인을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인 해제는 재가동의 전단계를 의미한다. AP통신은 유엔의 감시단이 봉인 해제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9일 회의에서 이란의 평화적 핵 권리와 제재 문제 등을 놓고 35개 이사국이 격론을 벌인 IAEA는 10일 급히 회의를 속개했다. 그러나 입맛에 맞지 않는 국가들의 핵 프로그램을 원천 봉쇄하려는 미국과, 미국의 독선에 반대하는 국가들간의 대립으로 제재는커녕 비난 결의안 조차 제대로 도출할 수 있을 지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미국의 이중적 핵 정책에 맹렬히 반대하는 국가들은 회의 첫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모든 회원국의 침해될 수 없는 기본적 권리”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IAEA로부터 강도 높은 핵 감시를 받고 있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이란의 안보리 회부가 언젠가 자신에게 떨어지는 부메랑이 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미국 정부는 ‘평화적 핵 이용’이라는 이란의 주장을 반박하는 설득력 있는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정부대표는 “서방의 왜곡된 핵 기준을 선례로 만들지 않겠다는 여타 국가의 반발이 합의 도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신임 대통령은 이날 “새로운 제안과 추가 협상” 용의를 밝혔지만 일부에서는 ‘새로운 제안’이 IAEA의 사찰 강화를 수용하는 내용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일 AP 통신이 입수한 영국 프랑스 독일 3국의 결의안 초안도 안보리 회부에 대한 언급 없이 이란의 우라늄 전환시설 재가동을 ‘심각한 우려(serious concern)’로 규정하고, 이란에 농축활동 중단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서방이 내놓은 수많은 논평과 별로 다를 바 없는 내용이다.
회의 마지막날인 11일 예정된 대 이란 비난 결의안의 내용도 의례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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