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국회의원들이 고액 기부자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기부자 명단을 불성실하게 신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11일 “17대 국회의원 후원회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2004년도 기부자 신고내역을 분석한 결과, 직업과 주소 등 인적사항이 부실하게 기재돼 신원이 파악되지 않는 고액기부자가 87%나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12일부터 회계보고 기간인 12월31일까지 17대 국회의원이 모은 총 404억5,700만원의 후원금 중 고액기부금은 전체의 24%인 127억 4,700여만원(총 4,727건)을 차지했다.
신고된 내용 중 21%(975건)는 직업란이 공란이었고, 직업을 기재했더라도 회사원, 사업, 경영인 등으로 적어 후원자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66%(3,109건)에 달했다.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 주소를 기재하지 않아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각각 14%(669건), 10%(471건), 5%(241건)에 달했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개정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1회에 30만원을 넘는 기부금을 내거나 연간 기부금 총액이 120만원을 초과하는 기부자에 대해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직업, 전화번호, 후원금 납부일자와 금액을 선관위에 신고해야 한다.
참여연대는 “개정 정치자금법의 진정한 의미는 누가 얼마를 누구에게 기부했는지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데 있는데도 선관위가 구체적 직장명이 아닌 막연한 직종으로 직업을 기재토록 해 부실신고를 부추기고 있다”며 “입법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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