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순정적이어서 마치 인간이 지닌 가식 없는 어진 마음의 본바탕을 보는 것 같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미술사가 고 최순우 선생은 달항아리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 적이 있다.
달항아리는 둥근 모양에 아무런 장식을 하지 않은 순백의 조선 백자 항아리. 대부분 18세기 전반에 만들어졌는데 희고 깨끗한 살결과 둥글둥글한 생김새가 보름달을 연상시켜 달항아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개관기념 특별전으로 ‘백자 달항아리’ 전을 마련했다. 달항아리 만의 전시회로는 국내에서도 처음이다. 박물관 개관일인 15일 개막해 다음달 25일까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전시작품은 높이 40㎝ 이상의 큰 항아리(대호ㆍ大壺) 아홉 점. 국내에 있는 대호 30여 점 가운데 7점을 엄선했고 영국 대영박물관, 일본 오사카(大阪)시립동양도자미술관 소장품도 하나씩 선보인다.
전시품 가운데 우학문화재단 소장 대호는 국보 262호다. 은은한 반점과 강한 볼륨감이 특징이다.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품(보물 1424호)은 곡선미가 두드러지고 추상화 같은 얼룩이 남아있다. 나머지 국내 소장품 대호들은 모두 문화재청 심의를 통과, 이 날짜로 보물 지정됐다. 앞으로 이 가운데 2, 3점은 국보 승격까지도 예상된다.
대영박물관 소장품은 영국의 유명 도예가 버나드 리치(1887~1979)가 1935년 우리나라에서 구입한 것으로 그의 사후 제자, 부인 의 손을 거쳐 경매에 붙여진 것을 대영박물관이 구입했다. 일본서 오는 대호는 나라(奈良) 도다이지(東大寺)에 있던 것으로 95년 도둑이 침입, 훔쳐가다 300 조각 이상 박살낸 것을 동양도자미술관 측이 4년 만에 기적적으로 복원한 것이다.
달항아리는 키가 커 상ㆍ하부를 큰 사발 모양으로 각각 따로 제작해 이어 붙이는 방법으로 만들어지며 인간적 체취와 친근감 때문에 예부터 예술가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한국인의 심성을 백자 달항아리처럼 잘 표현한 미술품도 드물다”며 “전시품은 언뜻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그 느낌이나 분위기가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고궁박물관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관람 인원을 제한, 최적의 조건에서 전시작을 비교 감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물관은 또 전시 기간 중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이토 이쿠타로(伊藤郁太郞) 동양도자미술관 관장, 미국의 동양미술사학자 마이클 커닝햄 등을 초청, 특별강연회도 연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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