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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파문/ 金국정원장·안기부의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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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파문/ 金국정원장·안기부의 '악연'

입력
200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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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국정원장이 8일 서울 내곡동 청사 강당에서 전 직원에게 한 특별훈시내용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김 원장은 이날 “나도 국정원의 피해자였다”며 20년 전 검사시절 당시 안기부 간부와의 악연으로 겪었던 체험담을 들려주었다.

김 원장은 “1985년 광주지검 해남지청장으로 발령 받아 부임했더니 지역기관장 모임이 있다며 오라고 하더라”며 운을 뗐다. 모임에 갔더니 국정원 전신인 안기부의 해남출장 소장이 제일 상석에 앉아 군수, 경찰서장 등과 도박판을 벌이고 있었다. 김 원장은 그날 다른 기관장들이 ‘관례’에 따라 안기부 출장소장에게 판돈으로 수십만원을 잃어 주는 광경도 보았다.

마침 검찰이 도박단속령을 내린 때라 김 원장은 안기부 출장소장을 따로 만나 “도박은 안 하는 게 좋겠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안기부 출장소장은 앙심을 품은 듯 김 장에 대한 갖은 음해성 보고를 올렸다. 김 장은 잇단 안기부의 비리보고로 몇 차례 감찰까지 받았다.

그러나 조사결과 사실무근으로 드러나 안기부출장소장이 무고로 좌천되고 후임자가 부임했다. 김 원장은 신임 출장소장과 함께 등산을 다니는 등 친하게 지냈으나 여전히 ‘1억원 수뢰’ 등 악성 정보보고는 끊이지 않았다. 알아보니 출처는 신임 출장소장이었다. 김 원장이 따졌더니 그 소장은 “부임할 때부터 당신을 손보라는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김 원장은 이어 “이처럼 안 좋은 기억이 있었는데 와서 보니 크게 달라졌더라”며 “이름도 빛도 없이 나라를 위해 일해온 여러분의 모습이 더 이상 과거 때문에 손상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청발표도 국민의 이해와 사랑을 구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내 진심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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