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계 1등맥주' 제조원은 수도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계 1등맥주' 제조원은 수도원

입력
2005.08.10 00:00
0 0

세상에서 가장 맛 좋은 맥주를 만드는 곳은 벨기에 베스트플레테른 식스토 수도원.

전 세계 맥주 애호가들의 집합소인 레이트비어닷컴(www.ratebeer.com)은 이 곳 26명의 트라피스트회 수도사들이 만든 ‘Abt 12’를 세계 최고의 맥주로 꼽았다.

벨기에 수도원 맥주의 전통은 중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도원을 짓느라 고생한 일꾼들에게 목 축이라고 맥주를 준 것이 시작이다. 현재 로마 교황청이 공식적으로 맥주 제조를 인정한 곳은 모두 6곳(벨기에 5곳, 네덜란드 1곳) 뿐이다.

맥주 애호가들이 베스트플레트른 맥주를 최고로 꼽는 이유는 강한 맛 때문. 대부분 맥주가 알코올 도수 5도를 넘지 않지만 ‘Abt 12’의 알코올 도수는 10.8도. 쉽게 구하기 힘들다는 희소성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수도원은 맥주를 절대 시중에 유통시키지 않는다. 맥주를 사고픈 사람은 이곳까지 발품을 팔아야 한다. 그런데도 맥주는 만들기 바쁘게 다 팔린다.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맥주 양을 24병으로 제한했지만 소용없다. 수도원이 유일하게 맥주 판매를 허락한 인근 카페는 앉을 자리가 없다.

‘일등 맥주’라는 영예를 얻었지만 수도사들은 인기가 싫다. 바깥 세상과 담을 쌓고 신과 대화하는데 집중했으면 하는 수도사들은 속세의 관심이 달가울 리 없다. 특히 맥주를 대량 생산해 팔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유혹이 가장 듣기 싫다.

수도사들은 “수도원 살림을 꾸리기 위해 맥주를 만드는 것일 뿐”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맥주 생산량을 1년에 4,500 헥토리터로 제한하고 맥주를 산 일반인에게 절대 다른 곳에 팔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는 것도 돈 벌이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맥주 제조를 또 다른 수련으로 여기는 수도사들은 맥주를 만드는 내내 엄숙한 분위기 속에 절대 침묵한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