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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10만 해커 양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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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10만 해커 양병론

입력
200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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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걸프전을 앞두고 중동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 1990년. 미국은 이라크로 수출하는 프린터 메모리 칩에 컴퓨터 바이러스를 침투시켰다. 이라크가 전쟁 발발에 대비해 수입한 컴퓨터와 주변기기에 심어져 있던 바이러스는 삽시간에 전산망을 타고 퍼졌다.

마침내 연합군 전폭기가 바그다드 상공에 도착했을 때 이라크의 통신네트워크와 방공망은 완전 마비된 상태였다. 사이버공간이 전쟁무대로 등장한 순간이었다.

△세계 최대의 해커 보유국은 중국이다. 전문해커가 100만명을 넘고, 인민해방군은 10만명의 사이버 해커부대를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위협적인 것은 엄청난 규모뿐 아니라 철저한 민족주의로 무장돼있기 때문이다. 해커의 중국어 표기는 헤이커(黑客)이지만 중국을 상징하는 색깔인 홍(紅)이나 자(紫)를 넣어 훙커(紅客)나 즈커(紫客)로 스스로를 칭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1999년 대만 독립론을 펼친 민진당, 총통부 사이트 공격과 2001년 4월 남중국해에서 발생한 미ㆍ중 전투기 충돌사건 당시 백악관과 미연방수사국(FBI) 홈페이지 공략이 대표적이다.

△중국 최대의 해커집단인 ‘중국홍객연맹’이 2차대전 종전 60주년 기념일인 8월15일을 전후해 대대적인 일본 사이트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공격 목표는 역사 왜곡교과서를 출판한 후소샤(扶桑社) 사이트 및 일본내 반중사이트. 역사 문제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중국과 일본의 사이버전쟁은 9년째 이어지는 연례 행사지만 이번은 양상이 다를 것 같다.

최근 일본측의 거센 반격으로 중국측이 수세에 몰리자 만회를 위해 오랫동안 별러 왔다는 것이다. 지난달까지 참가의사를 밝힌 해커가 4만5,000명이라니 일본이 긴장할 만도 하다.

△미래의 사이버전쟁은 정부가 양성하는 사이버부대 뿐만 아니라 개인들에 의해서도 이뤄진다. 인터넷에 널려있는 해킹프로그램과 컴퓨터 바이러스를 이용하면 네티즌들의 PC는 엄청난 화력의 개인화기가 될 수 있다.

전 해커스랩 대표이사 이정남씨는 “잘 키운 해커 한 명이 100만 대군 이상의 전과를 올릴 수도 있다”며 ‘10만 해커 양병론’을 주장해왔다. 8ㆍ15 60주년을 맞아 벌어지는 중국과 일본의 사이버전쟁을 강 건너 불 보듯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는지 착잡하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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