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10일 퇴임 후 두번째로 입원했지만 주치의 등 의료진들은 김 전 대통령의 병세에 대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주치의인 장석일 박사는 “발열과 기력저하, 염증 소견이 있어 흉부 CT촬영 등을 실시한 결과 세균성 폐렴으로 확인돼 1주일 정도 항생제 치료를 할 예정”이라며 “미열이 있는 정도이며 염려해 주는 건 고맙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진료를 담당한 심장내과 정남식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은 신장투석을 위해 1주일에 3번씩 병원에 들르고 있으며 심장협심증으로 퇴임 이후에 열흘 정도 입원한 적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합병증은 없다. 연세가 많다 보니 감기 후유증으로 폐렴이 왔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김 전 대통령의 입원 소식에 정치인들의 발길도 속속 이어졌다. 오후 6시 20분께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방문한 데 이어 7시30분께 신낙균 수석부대표, 조한천 사무총장, 김효석 정책위원장, 유종필 대변인 등 민주당 인사들이 병원을 방문했지만 비서진과 5분여 동안 짧은 얘기를 나눈 뒤 발길을 돌렸다.
앞서 6시께 도착한 열린우리당 배기선 의원이 이동 중이던 김 전 대통령과 복도에서 잠깐 조우했을 뿐이다. 김 전 대통령은 비서진을 통해 어느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6시께 “빠른 쾌유를 빕니다”라고 적힌 난 화분을 병실에 보냈다. 병실에는 이희호 여사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병원측 경호원 3명이 문 앞에서 기자 등 일반인의 접근을 막았다.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한 28평 규모의 VIP 병실은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최근 입원했던 병실과 같은 층에 있다. 진료를 맡은 정남식 교수 역시 당시 입원한 김 전 회장을 치료한 바 있다. 한편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 전 회장 역시 이날 병세가 악화해 같은 병원에 재입원함에 따라 김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이던 1999년 해외 도피의 길을 떠났던 김 전 회장의 ‘인연’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병동이 달라 어느 한 쪽이 일부러 방문하지 않는 이상 마주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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