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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家 도덕성 '끝모를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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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家 도덕성 '끝모를 추락'

입력
200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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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두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두산산업개발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이자를 회사가 대신 납부토록 하는가 하면 분식 회계로 장부상 흑자를 만들어 놓고 적자 기업에서 배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두산건설은 회계장부를 조작, 지난해 3월 고려산업개발과의 합병 비율을 오너 일가에게 유리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고려산업개발 소액 주주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져 두산그룹 오너 일가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0일 두산그룹 등에 따르면 두산산업개발(당시 두산건설)은 1999년 11,12월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된 유상증자에 참여한 박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 등 오너 일가 28명이 대출 받은 293억원의 이자 138억원을 5년간 대신 납부했다.

두산그룹은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낮추지 않으면 퇴출 될 상황에서 회사를 살릴 유일한 방법이 유상증자였다”며 “주가가 액면가보다 낮아 증자과정에서 실권주가 발생하자 오너일가가 대출까지 받아가며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이자를 회사가 대납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실이 문제 되자 박 회장과 박 부회장 등은 최근 이자비용 115억원을 모두 갚았다. 그러나 그룹에서 퇴출된 박용오 전 회장의 아들 경원ㆍ중원씨는 아직 23억원을 갚지 않았다고 두산측은 설명했다.

두산건설은 또 95년부터 2001년까지 적자 상태였는데도 분식 회계를 통해 장부상 흑자를 만든 뒤 3차례에 걸쳐 53억5,0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두산건설은 오너 일가가 5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금의 절반인 25억원 가량이 오너 일가 주머니로 들어갔다. 두산측은 “장부상 흑자가 나 배당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두산그룹은 2003년 10월 고려산업개발을 인수, 이듬해 3월 두산건설과 합병해 두산산업개발로 출범시켰다. 당시 고려산업개발은 부채비율이 35%에 불과했지만 두산건설은 579%에 달했다.

합병은 두산건설의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두산건설이 고려산업개발에 흡수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산건설 보통주 1주당 고려산업개발 보통주 0.76주가 배정됐다. 두산건설은 엄청난 규모의 적자였는데 자본금 2,400억원 보다도 많은 2,797억원의 대규모 분식회계로 장부상 흑자로 만들어졌다.

두산건설의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보다 고평가 된 상태에서 합병이 진행됨에 따라 두산 그룹 오너 일가는 상당한 부당이득을 얻었고 지분이 21%에 달했던 고려산업개발 소액주주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오너 일가가 자본 출자를 하지 않고 대출금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한 뒤 회사 돈으로 이자를 대납하거나, 적자인데도 분식회계를 통해 배당을 받은 것은 상법상 문제가 된다”며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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