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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안싸움 범주 넘은 두산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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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안싸움 범주 넘은 두산 분쟁

입력
200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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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하면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지만 한번 등돌리면 그것 만큼 비정하고 추하고 무서운 것이 없는 게 핏줄이라더니, 두산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의 분쟁이 영락없이 그 꼴이다.

그나마 그것이 그들만의 재산싸움에 그친다면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치부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형제의 폭로전 와중에 그들 스스로 자백한 갖가지 불법ㆍ편법 경영사례와 주주를 우습게 아는 재벌가의 파행적 행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사우디 왕가식의 아름다운 승계’ 운운하던 자찬(自讚)의 침도 마르기 전에, 경영권을 빼앗긴 박용오 전 회장이 동생인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의 ‘1700억원대 비자금 조성’의혹을 고발해 사람들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안겨줬던 것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엊그제는 동생 형제들의 손에 넘어간 두산산업개발이 고해성사 형식을 빌어 “1995년부터 2000년까지 건설공사 매출액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2797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밝혔다. 그룹측은 “과거를 털고 클린컴퍼니로 거듭나려는 박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지만, 문제의 기간이 박 전 회장 재임 때라는 점에서 반격이란 설이 더욱 유력했다.

어제는 다시 박 전 회장측이 “두산산업개발이 1999년 유상증자에 참여한 박용성 회장 등 오너일가의 대출금 293억원의 5년치 이자 138억원을 회삿돈으로 대납했다”고 폭로했다.

이런 얘기들을 종합하면 109년의 최고(最古) 역사를 자랑하며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꼽혀온 두산 역시 전근대적 황제경영의 틀을 벗지 못했으며 ‘Mr. 쓴소리’로 불려온 박용성 회장 등 오너 일가 전체가 두 얼굴을 가졌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시장의 놀림감을 감수하면서도 추악한 싸움을 멈추지않는 형제들에게 남은 것은 대가를 치르는 것 뿐이다.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웅변으로 증명한 ‘친절한 박씨 일가’에 대해 수사당국과 감독당국이 법과 규정의 엄정함을 보여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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