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4’는 스탠 리가 1961년 ‘스파이더맨’과 함께 탄생시킨 마블코믹스의 간판 만화다. 뒤이어 태어난 ‘헐크’와 ‘엑스맨’의 집안 큰 형님이 되며 DC코믹스의 ‘슈퍼맨’ ‘배트맨’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44년간 ‘가문의 영광’을 빛낸 작품이기도하다.
그럼에도 ‘판타스틱4’가 동생들이나 라이벌 만화보다 스크린으로 활동 무대를 늦게 옮긴 이유는 원작이 담고 있는 상상력을 제대로 그려낼 수 있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전하지 못 해서였다.
사실 ‘판타스틱4’는 1994년 처음 영화로 만들어졌으나 개봉되지는 않았다.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라 20세기폭스사가 판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생각해낸 고육책이었기 때문이다.
제작사가 10년 동안 시나리오를 갈고 닦아 (컴퓨터 그래픽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때를 기다려 내놓았다는 점, 유전자 돌연변이 인간을 다룬 만화들의 원조라는 점, ‘스타워즈 에피소드3:시스의 복수’와 ‘배트맨 비긴즈’도 두 손든 20주 연속 주말 미국 박스오피스 하락세를 막았다는 점 등에서 ‘판타스틱4’는 관객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어오르게 할 만하다.
우주 실험에 나섰다가 방사능에 노출된 과학자 네 명의 캐릭터가 그들의 별난 재주 만큼이나 잘 드러나는 점은 일단 눈길을 끈다. 영화는 유전자 변이로 온 몸을 쭉 늘어뜨릴 수 있는 리드(이안 그루퍼드), 언제든지 투명 인간으로 변신하고 방패막까지 만들 수 있는 수(제시카 알바), 온 몸을 불태우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쟈니(크리스 에번스), 바위 덩어리 같은 덩치에 놀라운 힘을 지닌 벤(마이클 쉬크리)을 빈틈 없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내 초인들의 버라이어티 쇼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돌연변이가 축복인지 불행인지를 놓고 서로 티격태격하며 고민하는 모습은 고뇌의 수준까지 승화되지 못 해 그럴싸한 내부 갈등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리드의 연적이자 라이벌인 닥터 둠이 악당이 되는 과정도 요령부득이다. 네 명과 맞설 싸우게 되는 닥터 둠이 인류에 얼마나 치명적인 위험 인물인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묘사도 없다.
단조로운 이야기를 화려한 영상으로 버무려 낸 것은 단점일 수도 있지만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어쩌면 관객들은 정말 만화와도 같은 만화 원작 영화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택시 더 맥시멈’의 팀 스토리 감독. 11일 개봉. 12세.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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